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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창원대문학상 시 심사평-김륭 시인

제 20회 창원대문학상 심사평-시 부문

 

심사: 김 륭(경남문인협회, 시인)

 

말의 당연함을 믿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기대
 

먼저 이런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는, 내가 부리는 말(言)의 주인인가?” 말의 당연한 의미를 믿지 않고 늘 다른 가능성을 타진하며 새로운 말과 논리를 꿈꾸는 자가 시인이라는 얘기다. ‘보들레르’식으로 말하면 글쓰기란 내가 지금 여기 존재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내가 누군지 알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시적으로 시를 쓴다는 것은 ‘말의 귀신’을 부리는 일이다. 시인들이 인간으로서의 시간이 정지된 유희의 세계를 그리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응모작품 가운데 최종적으로 서영교(「그,」外 3편), 정채은(「인간극장」外 2편), 문가빈(「아저씨의 하루」外 7편), 박병규(「기다리는 일」外 5편), 서유리(「인간극장」外 2편) 씨의 작품을 놓고 고민했다.「인간극장」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맨 앞에 놓은 응모자가 두 명(정채은, 서유리)이나 된다는 점에서 이즈음 시대상과 맞물린 젊은 지성인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했다. 서유리의 경우엔 「인간극장」보다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시선이 돋보이는 「허브」가 좋았다. 그러나 사유의 깊이가 아직 부족하고 상투성이 엿보였다. 정채은의 「인간극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문가빈(「아저씨의 하루」 외 7편), 박병규(「기다리는 일」 외 5편) 씨의 작품들은 산문적인 자기진술과 느슨한 전개로 시적긴장감이 떨어졌고 작품의 편차 또한 심해 아쉬웠다. 가작으로 박병규 씨보다 정채은, 문가빈 씨를 장려로 선한 것은 작품의 완성도보다 시에 대한 애정을 더 높이 샀기 때문이다.

서영교의 「라면물을 붓다가」는 정확한 시적발상과 정직한 언술이 뛰어난 수작이다. 일상적인 어투로 만만치 않은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어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었다. 처음부터 표제작인 「그,」를 비롯한 그의 작품은 다른 응모작들을 압도할 만큼 빼어났다. 자기 자신을 외눈이 아니라 겹눈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열정과 의지가 돋보였고, 나아가 세계에 대한 정직하고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보다 치열한 습작으로 말의 당연함을 믿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고 싶다.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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