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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행 열차

 

옥 광 활(자연대․식품영양학과 2년)

 

 

운전을 하면서 집으로 가던 중 커다란 빛 덩어리가 나를 덮치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 후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기차 안에 있었다. 기차 안은 한 점의 소음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매우 조용했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의 옆에는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머리가 희끗한 것을 보니 연륜이 있는 승무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서있었다.

“어서 오게 천국행 기차에. 나는 이 기차의 자네 담당인 승무원이라네. 자네의 이름이 주진혁 맞는가?"

“예. 맞습니다."

“그럼 52번 자리로 가도록 하지"

자신이 나의 담당 승무원이라고 한 남자는 나의 대답을 듣고서는 나를 이끌고 52라고 적힌 자리에 나를 앉게 했다. 그리고 승무원은 나의 바로 옆에 앉아서 이 기차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기차는 편안한 생활을 보낼 수 있는 천국으로 가는 기차이지. 자네 옆에 있는 종을 흔들면 기차가 멈추게 되고 그럼 기차에서 내릴 수가 있다네. 하지만 기차에서 내리면 기다리는 것은 바로 자신의 죄를 반성하면서 고된 일과 고통이 일상인 지옥이라네.”

“여기서 자네는 천국을 갈지 지옥을 갈지 결정을 해야 하며, 이 기차가 천국에 도착하기 전에 결정해 주길 바라네. 나는 기차여행을 하면 혼자서는 쓸쓸하니 말벗을 해주기 위해서 자네 옆자리에 앉아있는 걸세. 하지만 나는 중립인 입장이기 때문에 자네가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조언을 해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주게나."

“그럼 이번에는 창문을 보게나. 무엇이 보이는가?"

나는 승무원의 말을 듣고 창문을 봐라 보았다. 놀랍게도 창문 밖에는 나무 또는 건물 같은 풍경이 보이는 것이 아닌 나의 기억들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아마 자네의 기억들이 보이겠지. 이것이 흔히 사람이 죽을 때 보는 주마등이라는 거 일세."

신기해서 계속 창문 밖의 기억들을 보면서 옛 추억에 잠길 때쯤 갑자기 터널에 들어간 듯이 어두워졌다.

“천국으로 가는 길에도 터널이 있는가 봐요?"

“그건 터널이 아니라 자네 기억이 손실된 부분이라네. 아무리 인간이 똑똑하다 해도 모든 인생을 다 기억할 수는 없으니 말이야."

승무원의 설명이 끝나고 창문밖에는 다시 나의 기억들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창문 밖의 기억들을 보는 것에 집중을 했다. 그 이후에도 터널을 몇 번이나 지나갔다. 그리고 나의 초등학생 때의 기억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린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이 나왔다.

“그립네요. 어릴 때 제가 울면 아버지가 항상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남자가 눈물은 무거운데, 책임질 수 있겠니?’라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나네요."

“그는 좋은 아버지이었나?"

“아버지로서는 좋은 분이지만 남자로서는 좀 그러네요. 저희 어머니를 혼자 남겨두고 먼저 가셨으니 말이죠. 뭐, 지금 죽어서 여기에 있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요."

‘딸랑딸랑’

승무원과 대화를 하고 있던 중간에 종소리가 기차 안을 울려 펴지고 기차는 정차를 했다. 기차 복도에서 한 소년이 천천히 문 앞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그 뒤에 소년의 담당 승무원인 듯 소년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저 아이가 종을 울렸나 보군. 지옥으로 가기로 결심을 한 모양인데, 대단하구먼.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 말일세."

나는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소년을 바라보며 의문을 가졌다.

“지옥으로 가는 것치고는 표정이 밝네요."

“나도 천국을 선택한 사람이기 때문에 저 아이의 마음이 어떤지는 말해줄 수는 없다만, 나중에 자네가 내리기로 결정을 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 않겠나."

우리가 말하는 사이 소년은 문 앞에 도착했고 자신의 담당 승무원과 인사를 나누고 웃는 얼굴로 기차 밖으로 떨어져 지옥으로 향했다. 그리고 승무원의 말이 이어졌다.

“저 아이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한 학생이라네, 요즘 자주 있지 않는가 시험을 못 쳐서 자살을 하거나, 1등을 못 해서 자살을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말일세. 공부가 인생에 전부가 아닌데 무엇이 저 아이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는지 쯧쯧."

기차도 승무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요란한 소리를 크게 울리며 점점 속도를 올리더니 천국을 향해서 다시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의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차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나는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주변을 살피던 중 반대편 자리에 앉아서 창문만 계속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눈에 띄었다. 분명 만난 적은 없었는데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있는 사람이었다.

“반대편 자리에 앉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기억이 안 날 수도 있겠구먼. 자네는 교통사고로 인해 이곳에 온 것은 알고 있겠지. 저 사람도 교통사고로 이곳에 오게 된 사람이라네. 정확하게 말하면 저 남자가 음주운전을 하여 사고를 냈고 그 사고에 자네가 휘말린 것이지."

지금의 승무원의 말로서는 나는 저 사람 때문에 죽은 것 같다. 하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분에게 전혀 기분이 나쁘거나 짜증이 나지 않았다. ‘저분도 나랑 같이 죽어서 일까?’ 아니면 ‘벌써 죽었으니 상관이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음주운전자를 계속 쳐다보았다.

“이 기차 안은 밖과 다르게 감정이 절제가 되게 되어있다네. 자네처럼 사고로 죽게 되고 바로 앞에 그 원인이 있어도 자네는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네. 이는 지옥과 천국을 정하는 결정을 감정적으로 정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네. 인간은 감정적일 때 실수를 많이 하니까 말일세. 하지만 이런 기차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이 문제지."

승무원은 나의 생각이라도 들리는 듯 나의 궁금함을 풀어주었고, 계속 말을 이어 나아갔다.

“아까 그 사람의 앞자리에 몸을 말은 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가 보이는가?"

나는 승무원의 말을 듣고 음주운전자의 앞자리를 쳐다보았다. 그 아이는 아직 이 기차를 타기에는 매우 어린 12살 정도 되는 아이였다. 어린 나이에 왜 죽었는지가 궁금했지만 더 문제인 것은 감정이 절제되는 이곳에서도 아이의 얼굴이 매우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승객들과 다르게 창문을 전혀 보지 않고 몸을 웅크려 말고 몸을 떨고 있었다. 마치 무서운 것이라도 본 듯이 말이다.

“저 아이는 아직 어린 나이도 불고하고 죽어서 기차를 타고 있지. 정확히 말하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일 옳은 표현이겠군. 죽은 사연은 하교하던 중 납치를 당해 성폭행 후 살해. 아직 범인은 잡히지 않고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라는군."

“가엽게도 당할 때의 기억과 감정들이 그대로 가지고 기차를 타서, 저렇게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는 거라네. ““

“그래, 바로 저 아이가 아까 내가 말한 기차의 법칙에 벗어나고 있지. 이 기차의 법칙에 벗어나는 경우는 단 하나, 자신의 감정이 한계 이상을 넘을 경우라네. 저 아이는 두려움, 무서움, 고통이 자신의 몸을 삼켜 더 이상 결정할 의지는 없고, 그저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천국에 벌써 몸을 맡긴 상태라네."

“창문 밖의 추억이라도 보면 다시 결정할 의지가 생길 텐데, 아마도 저 창문에 자신이 사고 당하는 모습 또한 자신의 기억의 일부이니 보기가 싫을 테지. 차라리 지금처럼 천국을 가는 것이 저 아이에게는 잘 된 것일세."

나는 저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나의 자식들이 생각이 났고 무서움에 떨고 있는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 입은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은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천국에 가서 괴로움을 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소망만 있을 뿐이었다.

“승무원님은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무거운 분위기에 취해서 그런지 나는 승무원에게 이상한 질문을 했다. 그리고 승무원은 이런 질문을 간단히 대답해주었다.

“힘든 세상을 벗어나고 편안한 삶을 누리고 싶은 상태라고 생각하네."

“하지만 저 아이는 죽어서도 편안함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아직은 편안함을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천국에 도달하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네. 그래서 천국과 지옥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

“그래서 자네는 이제 결정은 했는가? 천국을 갈지, 지옥을 갈지."

나는 승무원의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었고 승무원은 그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 말해주었다.

“중요한 결정인 만큼, 많은 생각을 해서 올바른 결정을 하길 바라네."

나는 ‘굳이 힘든 지옥을 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나의 반대편에 앉은 분도 ‘나를 죽게 만들고도 지옥에 안 가는데 내가 갈 이유는 없다’는 등의 생각을 하면서 지옥에 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굳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계속 걸리는 것이 있었다. 내가 꼭 지옥에 가길 바라는 듯 말이다.

그런 마음 때문에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올바른지를 더 깊은 고민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고민을 계속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승무원이 나를 보면 말을 했다.

“자네 배고프지 않는가?"

승무원의 물음에 나는 대답을 했다.

“죽었는데 무슨 배가 고프겠어요. 이건 승무원님이 잘 아실 것 같은데 말이죠."

“속담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이 좋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번 먹어보는 것이 어떤가. 이 기차의 명물인 염원 도시락이 참 맛있다네."

승무원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바로 내 옆에 있는 종을 흔들어 주문을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종을 흔드는데도 소리는 전혀 나지 않았으며, 기차 또한 멈추지 않았다.

“그 표정을 보아하니 왜 종소리가 나지 않는지, 기차가 멈추지 않는지가 궁금해 보이는구먼, 일단 종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거네. 그런 거랑 비슷한 것이라고 일단 해두도록 하지. 그리고 기차가 멈추지 않은 것은 나는 벌써 천국에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승무원의 말이 끝나자 복도로 카트를 끌고 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나의 자리 옆에 서더니 승무원에게 도시락 하나를 건네고 사라졌다. 승무원은 도시락을 나에게 주었다.

“승무원님은 안 드시나요?"

“나는 못 먹는 다네."

나는 승무원이 지금은 일하는 중이라기 때문에 못 먹는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맛있네요."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도시락을 허겁지겁 계속 먹었다. 결국 먹다가 밥이 목에 걸려 사레에 걸려서 기침을 했다.

그리고 나의 두 눈에서 아직 살아있는 듯한 따뜻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런 나를 승무원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이렇게 따뜻하면서 가슴을 아프게 하는 밥은 처음 먹어 보네요."

"그래서 이 도시락이 명물이라는 거네."

나는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남은 도시락을 다 먹고 말없이 그저 창문만 바라보았다. 창문 속에서 보이는 장면은 조금 전에 보았던 것과 다르게 환하게 빛이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저 내 눈앞을 가리는 눈물 때문에 빛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계속 창문을 보고 있으니 아까 먹은 도시락처럼 가슴을 찔러왔다. 계속, 계속.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도망치고 싶었다. 더 이상 창문 밖의 풍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런 마음은 나를 괴롭게 만들었고, 결국 가슴속의 울분을 터트리기 충분했다.

"나는 그저 편해지고 싶던 거뿐인데, 천국에 가서 더 이상의 걱정 없이 보내고 싶을 뿐이었다고. 근대 왜 너희들은 계속 웃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거야! 나도 이제 쉬고 싶어...."

내 몸에 가득 찬 울분을 토해내고 마음이 진정되고서야 말을 계속 이어갔다.

"제 기억 속의 아내와 아이들이 저를 보며 웃어줬어요. 이렇게 먼저 죽어 가족들을 힘들게 만든 나쁜 놈인데도 불구하고요. 차라리 실망한 표정, 싫어하는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으면 편안하게 갈 수 있겠는데, 왜 그렇게 밝은 표정을 지으면...."

가슴속에 있던 한을 풀어 놓은 나를 보며 승무원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남자의 눈물은 무겁다네, 난 자네가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남자라고 믿고 있지."

그 후 나와 승무원의 사이에 침묵이 계속 이어졌다. 기차는 예전의 모습처럼 고요하게 돌아왔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고요한 분위기를 깨는 소리가 기차 안을 울렸다.

“잠시 후 이 기차의 마지막 역인 천국에 도착합니다.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고 하차해주시기 바랍니다."

천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을 들은 뒤에도 미동이 없는 나를 본 승무원이 쓸쓸한 표정을 지을 즘에 또 다른 소리가 기차 안에 울려 펴졌다.

‘딸랑딸랑’

기차의 고요함을 깬 종소리에도 불구하고 기차는 자기 역할을 하기 위해 서서히 속도를 줄여 정차를 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눈물을 닦은 뒤 웃는 얼굴로 승무원에게 말했다.

“역시 사람은 죄짓고는 못 사는가 봐요. 제가 죽어 가족들은 고생할 텐데 가장인 제가 어떻게 편하게 천국을 갈 생각을 하겠어요. 직접 도울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옥에 가서 고생을 하면서 기다려야죠."

“아마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도 저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끔찍하게 가족을 아끼시는 분이니까요. 지옥에 가서 만나면 벌써 여기에 와서 죄송하다고 말해야겠네요."

승무원에게 나의 의지를 말해준 뒤 나는 옆 좌석에서 그저 창밖을 보고 있는 음주운전자분을 쓸쓸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옥을 선택했지만 정작 사고의 원인인 분은 지옥을 가지 않고 천국을 선택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분에게 분노라는 감정은 없었다. 이곳은 그런 곳이니까.

나는 기차 복도로 나와 기차 출구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옮겼다. 처음에는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출구와 가까워지면서 나의 표정은 점점 밝아졌고, 걱정도 사라졌다. 마지막에 출구에 도착했을 때 나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지금의 나라면 아까 그 학생의 마음이 이해할 수 있었다. 천국을 가는 것보다 더 편한 안도감을 말이다.

출구에 도착한 나는 나의 뒤를 조용히 따라오신 승무원을 보면서 말했다.

“나중에 저희 아내가 이 기차를 타면 저를 불러주세요. 같이 천국으로 갈 수 있게 말이에요."

“그렇게 하겠네, 그리고……."

승무원은 나의 대답에 답을 해준 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다. 나는 상관하지 않고, 열린 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나의 몸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떨어졌고, 점점 멀어지는 기차 안에서 승무원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하구나."

나는 미소를 짓고, 점점 작아지는 기차를 향해 소리 질렀다.

“다음에 뵙게요."

나를 태웠었던 기차는 보이지 않는 점이 되었고 계속 떨어지는 나의 몸 밑에는 커다란 빛의 덩어리가 다가오더니 나를 삼켰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

살아가기 위해서 몸부림치던 곡선은 잠잠해졌고, 병원 안에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온몸이 땀으로 샤워를 한 의사의 숨소리와 사람들의 슬픈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12월 4일11시 46분 52초 환자 김영석 씨가 운명하셨습니다."

의사는 무거운 목소리로 환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렸다.

그렇다. 음주운전을 하여 나와 같이 사고 났던 분께서 돌아가셨다. 하지만 그분의 주위에는 단 한 명도 그분을 위해서 울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그 음주운전자는 기러기 아빠로 가족들은 외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자신은 직장 때문에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들이 없는 빈자리를 매일 술로 채웠고, 오늘 음주운전을 하면서 집으로 가다가 사고를 냈다고 한다. 정말 쓸쓸한 세상이다. 아마 나와는 반대로 가족들의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받지 못 해서, 더 이상 외로운 세상에 있기 싫어서 그분은 천국을 선택 한 것이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나의 옆에는 귀여운 자식들이 울다가 지쳐서 자고 있고 나의 아내는 다시 돌아온 나를 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려주고 있다.

같은 기차에 타고 있던 저분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도 아직도 지옥에 떨어진 내가 왜 살아있는지가 의문이 든다. 어쩌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 전부가 벌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받고 있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지켜주는 사람으로, 전 세계의 사람은 아니지만 그 일부인 누군가를 짊어지고 가는 사람으로 말이다.

나는 아이들의 아빠이며, 사랑하는 여인의 남자이고, 부모님의 아들로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 이름의 무게만큼 책임을 가지고 있는 남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은 나를 힘들게 하기도 즐겁게도 해준다. 그리고 이는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나는 힘든 지옥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이곳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들이 있는 곳이며, 이런 힘들은 것들조차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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