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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세대에게 이케아 효과를-20회 창원대문학상 수필부문 장려

이케아세대에게 이케아효과를

김 미 래(공대․정보통신공학과 1년)

 

한국에 이케아가 들어섰다는 얘기를 들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가구회사인데, 구매자가 직접 조립해서 쓰는 가구를 판매한다. 제품의 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한 회사이다. 대학생인 나는 직접 이걸 살 기회는 그다지 없지만 한번 고모께서 이걸 사셔서 조립해본 경험이 있다. 독서실에서 쓰는 칸막이 책상이었는데 조립해놓고 보니 꽤나 태가 나는 것이 뿌듯한 느낌도 들었다. 조립하는 과정도 평소에 이런 가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상관없이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다. 조립을 다하고 본 책상은 나름 실용적이고 세련되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과는 대비되게 가격을 들어보니 값도 저렴해서 상당히 괜찮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후 일 년 정도 뒤에 집에 다시 가보니 그 책상이 사라져 있었다. 고모에게 그 책상의 행방을 물으니 뒷판이 부서져서 어제 버렸다는 것이었다. 아직 쓰거나 고쳐서 쓸 수 있음에도 굳이 버린 이유를 물어보니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케아 가구는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가졌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하나로 쉽게 버려진다. 과연 그 책상이 큰맘 먹고 산 비싼 책상 이였더라면 고작 뒷판이 부서졌다는 이유하나로 쉽게 버릴 수 있었을까? 집을 나서며 지나친 쓰레기장에서는 그 책상이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우뚝 멈춰서있었다.

요즘 인터넷에서 우리 20대를 흔히 '이케아 세대'라고 부른다. 좋은 품질을 가졌지만 저렴하게 팔리고 쉽게 버려지는 이케아 가구처럼 훌륭한 스펙을 가지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음에도 항상 고용난에 시달리고 불안해하는 우리들을 말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 사람들은 항상 스펙이라는 것을 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공인시험을 준비하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심지어는 겉모습마저 스펙이라며 성형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대단한 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일을 구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대다수의 목표다. 재벌이나 큰 회사의 CEO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이라면 평생 커피만 타도 좋으니 들어가고 싶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 우리는 어찌보면 커피를 타기 위해서 여태 학생생활 20년을 보냈고, 앞으로의 대학 4년을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면접을 준비하고, 자기 계발서를 읽고, 소개서를 쓸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앞날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미친 듯 스펙을 쌓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불안해한다. 그리고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금세 버려진다. 마치 쓰레기장에 버려졌던 그 이케아 책상처럼 말이다.

학생이었던 우리는 88만원 세대나 이케아 세대가 아니었다. 세상은 우리를 위해 멈추었다. 특히 수능 날에는 그랬다. 그 6시간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격려를 보내었고, 도로가 통제되고, 심지어 비행기 운행이 제한되기까지 했다. 세상은 고3인 우리를 사랑했다. 하지만 단 일 년이 지났을 뿐인데, 우리에게는 저런 딱지가 붙었고 학생 때는 연민 받았던 경쟁의 장이 당연한 것으로 못 박아졌다. 우리는 세상의 사랑을 잃었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나는 아직 세상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한다. 이 세상을 위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그 세상마저 우리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구를 믿고 공부하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겠는가.

내가 고모 집에 가서, 내가 쓰던 것임이 아닌데도 그 책상의 행방을 물었던 이유는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애착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이 만들거나 손이 간 것에 더욱 애착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로 '이케아 효과'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성인이지만, 그래도 우리를 만든 것은 이 세상이고 사회니까, 우리를 조금만 더 사랑해줄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값싸게 팔리고 또 버려질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누군가 또 찾아와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 버려졌던 이케아 책상도 누군가 그 가치를 알아봐 주어 자신이 필요한 곳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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