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기획
원작을 ‘오마주’하다
  • 유희진 기자
  • 승인 2016.03.11 12:01
  • 호수 0
  • 댓글 0

우리는 영화를 보며 혹은 드라마를 보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라며 데자뷰를 느낄 때가 있다. 패러디는 아닌 것 같고, 표절이라 하기에는 너무 똑같아서 티가 나고. 그렇다면 그것은 ‘오마주’가 아닐까 의심해 볼 만하다. ‘오마주(homage)’란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말로 주로 자신이 존경하거나 영향을 받은 특정한 예술인이나 장르에 대한 존경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표현하는 뜻으로 쓰인다. 주로 영상에서 어떤 작품의 장면을 차용함으로써 그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를 나타내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보통 후배 영화인이 선배 영화인의 기술적 재능이나 그 업적에 대한 공덕을 칭찬하여 기리면서 감명 깊은 주요 대사나 장면을 본떠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나타나게 된다.

<전함 포템킨>과 <언터쳐블>

가장 유명한 오마주 영화로는 <전함 포템킨>을 오마주한 <언터쳐블(1990)>이 있다. 낯선 영화 제목들이지만 이 장면을 말하면 대부분은 ‘아!’라며 무릎을 탁 칠 것이다. <전함 포템킨>의 이 장면은 영화 역사상 손에 꼽히는 명장면으로 <언터쳐블>이 오마주해 더 유명해지게 된다. 오데사의 계단에서 민중들은 코자크 병사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수많은 민중 속 어머니는 당당하게 병사들 앞에 서지만 총에 맞게 쓰러지게 되고 그 바람에 아기가 실린 유모차는 밀려 계단을 위태롭게 내려가게 된다. <언터쳐블>에서는 보스의 회계사를 잡기 위해 기차역에서 잠복하는 장면에서 마찬가지로 유모차가 무방비로 계단에 내려가게 된다. 오마주된 장면은 경찰들과 갱의 총격씬이 스로우모션으로 같이 그려져 원작보다 더 극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사망유희>과 <킬빌>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에서 우마 서먼이 입고 나왔던 노란 트레이닝복은 마치 이소룡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도 <킬빌>은 이소룡의 출연작인 <사망유희>를 오마주 해 만들었다.

'크레이지 88인회와의 청엽정 결투'에서는 의상뿐만 아니라 카메라 앵글과 구도 역시 이소룡의 영화스럽게 구성했다는 것을 그의 팬들은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뿐 아니라 영화 내내 타격할 때 들리는 기괴한 음향이라든지 배우의 얼굴로 거칠게 줌인 되는 카메라 워크는 7~80년대 쿵푸영화를 떠올리기 충분한 향수를 담고 있었다.

 

<쥬라기공원>과 <쥬라기월드>

우리 세대라면 한 번쯤은 <쥬라기공원>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육식공룡인 랩터를 피해 조리대를 왔다 갔다 하며 숨어있는 주인공들과 바로 앞에서 그들을 찾는 랩터의 장면은 너무 무서워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공룡이 신기하기보다는 두려움에 가깝게 생각하게 된 것도 그 영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쥬라기공원>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로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1993년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다. 모험영화였지만 거의 공포영화 장르에 가까웠던 <쥬라기공원>은 실감 나는 공룡들의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로 많은 인기를 끌었었다.

그리고 작년 6월, 쥬라기공원 4번째 시리즈인 <쥬라기월드>가 많은 기대 속에 개봉했다. <쥬라기월드>는 22년 전의 <쥬라기공원1>과 비슷한 연출들로 많은 오마주를 담고 있었다.

 

1. 헨리 우 박사와 티렉스의 재등장

<쥬라기공원1(1993)>에서는 호박 속 모기에서 추출한 DNA로 공룡을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유전학 박사 ‘헨리 우’가 잠깐 등장한다. 당시 출연 분량은 적었지만, 그 인연은 22년 후 신작까지 이어졌다. ‘헨리 우’는 <쥬라기월드(2015)>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잡아 죽이는 흉포함을 가진 하이브리드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를 탄생시키는 장본인으로 재등장하게 된다. ‘헨리 우’를 연기한 중국계 미국인인 B.D.웡은 22년 전 <쥬라기공원1>의 배우들 중 유일하게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쥬라기공원1(1993)>에서 주인공을 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티렉스(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또한 <쥬라기 월드>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한다. 1편 당시, 랩터와의 결투에서 얻은 오른쪽 뺨의 상처를 가진 티렉스가 <쥬라기월드(2015)>에서는 피부 질감이 더 거칠어지고 상처가 추가되어 등장해 세월이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2. ‘쥬라기공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쥬라기공원1(1993)>에서는 ‘JURASSIC PARK’이라는 공원 이름이 대문 위에 쓰여 있고 이 큰 문이 웅장하게 열리면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쥬라기월드(2015)>에서도 공원 이름은 다를 뿐 ‘JURASSIC WORLD’라는 이름으로 판박이인 대문의 모습이 나온다. 또한, 두 대문 다 전기 지프와 전기 모노레일이 지나가는 입구라는 점에서 오마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티렉스에게 잡아먹히는 염소

<쥬라기공원1(1993)>에서는 티렉스에게 먹이로 하얀색 염소를 던져준다. 유명한 장면으로 손꼽히는 이 장면도 <쥬라기월드(2015)>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쇼로 사육사가 티렉스에게 염소를 던져주며 오마주 되어 나오게 된다.

 

그 외에도 눈에 띄는 오마주를 꼽자면 <쥬라기월드>의 남자주인공인 오웬의 대사 중 “드론은 밥 안 준다고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다”는 대사와 이는 <쥬라기공원1>의 말콤 박사의 “디즈니랜드의 해적은 고장 나도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는 대사가 일치한다는 점, <쥬라기월드>에서 랩터가 여자주인공인 클레어의 차량을 추격할 때 사이드미러로 랩터가 접근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 또한 영락없이 <쥬라기공원1>에서 티렉스 차량 추격장면과 일치한다. 이 장면은 워낙에 유명해 토이스토리2에서도 패러디되었다. 또한 <쥬라기공원>에서 티렉스의 공격을 받던 아이들을 구하려고 붉은색 조명탄을 흔드는 장면이 있는데 <쥬라기월드>에서도 클레어가 티렉스를 유인하기 위해 붉은색 조명탄을 흔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 많은 영화들이 오마주 되었고,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영화를 볼 때 이런 장면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희진 기자 pslim4252@changwon.ac.kr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희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