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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언저리에서 하늘하늘, 한복 열풍이 불다
  • 구연진 기자
  • 승인 2016.03.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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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때 한복 입고 사진 찍어 볼까?”

한옥마을이나 경복궁과 같은 관광지에 들릴 여행객은 한 번쯤 생각해보곤 할 것이다. 거추장스럽다, 눈치 보인다는 편견을 깨고 한복이 ‘패션’으로 발전했다. 전통한복은 결혼식, 명절에서 벗어나 놀이문화 속으로 들어왔고, 생활한복은 ‘나이 있는 분들이 입는 촌스러운 옷’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복은 언제 이렇게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었던 걸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복은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고전했다. 다들 펑퍼짐한 느낌에 몸매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넓은 소매에 치맛자락이 바닥에 끌려 불편한 한복이야말로 전통이라고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것은 우리의 편견일 뿐, 한복은 언제나 변화하고 있었다.

조선 시대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저고리는 짧아지고 옷이 몸에 붙었으며, 조선 후기에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한복의 미니스커트 화’까지 엿볼 수 있었다. 학창시절 열심히 입었던 교복도 어찌 보면 전통이지만, 치마가 짧아지고 자켓이 타이트해진다고 해서 그것이 교복의 틀에서 벗어나진 않는 것처럼.

 

신선한 충격, 생활한복

사람들이 주로 접하는 첫 생활한복 브랜드는 바로 ‘리슬’과 ‘차이킴’이다. 이 두 브랜드는 변화하는 한복의 선두를 이끈 주자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대중화할 수 있는 한복, 젊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한복을 생각해냈다. 그저 편안함만 잡은 촌스러운 생활한복이 아닌 색감, 핏, 원단 등을 모두 고려한 세련된 한복을 말이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와 소비자의 선택은 딱 맞아 떨어졌다.

젊은 세대는 돌고 도는 패션이 아닌 새로운 패션을 원했다. 이들에게 한복은 예쁘지만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일 뿐이었다. 실험 정신이 강한 기자가 몇 년 전 입고 나가 본 결과 친구들에게 코스프레야? 안 불편해? 한식집 알바? 와 같은 이야기만 실컷 들었던 낯선 우리 옷이었던 것.

하지만 기성복인 듯 기성복 아닌 한국의 미가 담긴 생활한복을 보며 젊은 세대는 신선한 충격과 ‘나도 입어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욕망은 이들의 강점인 빠른 정보 전달력과 합쳐졌고, SNS에는 ‘생활한복’ 열풍이 휘몰아쳤다.

바닥에 끌리는 치맛자락 대신 무릎 언저리에서 하늘거리는 한복, 세탁하기 힘든 본견 재질이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면, 리넨, 스판 등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한복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게다가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신진 브랜드가 물밀 듯이 생겨났고, 원래 몇십 만 원을 호가하던 생활한복은 가격이 점점 내려가 한 벌에 10만원 내외면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한복데이, 한복 파티, 한복 여행까지

SNS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복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한복과 관련된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나도 입고 싶다’고 댓글을 달며, 한복을 입고 무언가를 했다는 글을 끊임없이 올릴 테니.

훨씬 일상에 가까워진 한복 덕분에 다양한 한복 문화도 생겨났다. 한복을 대여해주고 다양한 한국 전통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한복데이’, 한복을 입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한복 여행’, 동아리나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한복파티도 진행 중이다.

한복에 대한 소비자뿐만 아니라 한복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제작자, 한복을 만들어보니 재밌어서 업으로 삼겠다는 생산자까지. 한복이 몰고 온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전통성 잃지 않아야”

한복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만큼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디까지가 한복이라고 할 수 있는가’는 요즘 대두되는 문제다. 한복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통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깃과 매듭, 전통 색인 오방색과 한복 치마 특유의 라인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또한 “그저 돈을 벌기 위한, 구색만 겨우 갖춘 옷은 한복이라고 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단지 유행일 뿐일까?

한복은 최근 들어 번쩍 뜬 패션이다. 별 유행 없이 꾸준히 입어온 청바지나 셔츠처럼 사람들이 꾸준히 입을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솔직히 당장 한복을 입고 거리에 나가라고 하면 부담스러워 할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또, 한복을 갖고 싶어도 기성복처럼 사고 싶을 때 나가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기성세대에게는 젊은 세대에 유행하는 생활한복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복을 캐주얼하게 기성복과 매치하는 신세대와 달리 기성세대의 눈에는 한복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활한복 위에 가죽 자켓을 걸치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스냅백을 쓰고 나갔다가 ‘한복 입고 단정치 못하게 뭐하는 짓이야!’ 하는 호통을 듣는 경우도 꽤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복이 일상 속으로 완벽히 들어오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정말로 한복이 일상화되는 것을 많은 사람이 바라고 있지만, 그런 날이 가까운 미래에 올지, 그저 짧은 유행으로만 지나가며 영영 과거에 묻혀버릴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이가 한복에 대해 끊임없이 재해석하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충돌이 잦아진다는 것은 어찌 보면 한복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는 뜻이 아닐까. 앞으로의 한복은 또 어찌 변화할 것인지 기대해본다.

 

구연진 편집국장 dus951623@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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