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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의 뽁뽁이

 

깨지기 쉬운 물건을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고 추운 겨울엔 창문에 단열재로도 쓰이는 아주 유용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에어캡! 터트리면 ‘뽁’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일명 ‘뽁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비닐포장재인 에어캡이다.

 

에어캡은 기포가 들어간 필름의 일종으로 2장의 폴리에틸렌 필름을 포개어 그사이에 공기의 거품을 가둔 것이다. 제조 공정에서 폴리에틸렌 시트는 우선 일정한 배열로 구멍이 난 드럼 주변에 꽉 감긴다. 그리고 공기를 포획하기 위해 두 번째 시트를 덧붙인 후 흡입기가 구멍을 통해 폴리에틸렌 시트를 빨아들여 고정된 공기 버블을 만든다. 그 결과 가볍고 유연한 포장재인 에어캡이 완성되는 것이다.

 

에어캡은 원래 미국의 Sealed Air Corporation 회사 제품에 대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최근에는 기포가 들어간 필름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에어캡에는 어떤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시간을 거슬러 1957년으로 가보자. 당시 엔지니어인 알 프레스 필딩과 스위스 발명가인 마르크 차바네스는 청소가 쉬운 인조 플라스틱 벽지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이들은 샤워 커튼 두 장을 눌러 붙여 질감이 있는 벽지를 만들려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뒤에 종이를 댄 플라스틱 벽지를 만드는 기계를 개발하려 했지만, 기계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공기 방울이 들어간 플라스틱이었다. 그들이 개발한 초기 제품은 벽지로서 부적합한, 그야말로 ‘실패작’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현재 연 매출이 40억에 이르는 실드에어 코퍼레이션을 설립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발상의 전환’에 있다. 그들은 '실패작'이라는 혹평을 받은 자신들의 발명품을 성공 가능성이 있는 작품으로 보았다. 그리고 에어캡을 전혀 다른 업계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애초에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벽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감싸고 완충 작용을 하는 포장재로서 재발견한 것이다.

 

얇은 공기층에 기반을 둔 실드에어 코퍼레이션의 에어캡은 충격을 흡수하는 공기층이 있기 때문에 다른 폴리에틸렌 포장재보다 우수했다. 이후 에어캡은 불티나게 팔렸고, 지금까지도 세계 곳곳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2007년 실드에어 코퍼레이션은 젊은 발명가들을 대상으로 에어캡으로 제품을 만드는 대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수천 명의 뛰어난 학생들 덕분에 에어캡의 여러 새로운 용도가 발견되었다. 그들의 발명품이 여전히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였다. 당장 포털에 '에어캡'이라고 검색을 하면 포장재의 용도 못지 않게 단열재의 용도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제 2의 가치가 많은 이들에게 효용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의 에어캡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시련에 맞서게 된다. 실패하고, 또 실패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이 시련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이다. 시련을 걸림돌로 삼느냐, 디딤돌로 삼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진다. '전화위복'의 뽁뽁이처럼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야말로 비로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황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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