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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사라진 사회, <바벨>문화탐방

말이 사라진 사회, <바벨>

 

말이 사라진 사회를 생각해 봤는가? 이 책에선 어느 날 내린 재앙으로 언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사회가 온다.

‘바벨’이라고 하니 성경 속 ‘바벨탑 이야기’가 떠올랐다. 성경에서는 말이 하나이던 시절, 인간들은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게 하고 자신들의 이름을 높이고자 한다. 그로 인해 언어가 혼잡케 되는 재앙이 내리게 되고 사람들은 온 세상에 흩어지게 된다. 이렇게 인류의 죄로 인해 말이 나뉘게 되는 성경 속 이야기와 달리 이 책에서는 한 사람의 실수로 말이 사라지게 된다.

이 책에선 말을 형상화하고자 한 ‘닥터 노아’의 실험 실패로 인해 말을 하면 ‘펠릿’이라는 물질이 형성돼 말을 한 사람의 발목에 쌓이게 된다. 펠릿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모양과 색이 다르며 그 모양으로 그 사람이 어떤 종류의 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몸에서 떼어낸 펠릿을 소각할 때 나는 악취는 시체가 부패하는 냄새보다 더 고약하다.

말이 사라져 ‘팜패드’나 필담으로밖에 의사소통할 수 없는 사회가 10년 동안 지속되면서 여러 갈등과 문제가 생긴다. 돈 있는 자는 자신의 말을 대신해줄 ‘스피커’를 고용하지만 가난한 자는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말은 하지 못한 채 ‘스피커’가 되어 권력자의 말을 대신한다. 그렇게 번 돈은 다시 펠릿의 처리비용으로 사용하게 되는 악순환 등 소설 속 갈등 속에서 이 시대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한다.

바벨의 시대, 말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포기한 채 침묵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것은 ‘언어’뿐만이 아니다. 바벨 시대에 태어난 ‘바벨키드’에서 알 수 있듯이 언어가 사라진 것은 인간으로서의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사라진 것과 같다.

작가는 “어린 시절, 말할 때마다 뭔가를 죽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쉽게 말을 할 수 없었고, 오랫동안 말더듬이로 살아왔다. 그 문제를 언젠가는 해결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소설로 쓰게 됐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작가의 경험, 말과 소통이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이 책은 SF소설이지만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현재 우리 사회를 꼬집으며, 한편으로는 차가운 시대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우리에게 진정한 소통의 의미와 언어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김도연 기자 kdoyeon0809@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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