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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로 세상과 소통하는 캘리그라피 김도현 씨를 만나다.
  • 김무경 기자
  • 승인 2015.03.3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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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작가 김도현 씨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내내 보는 것이 있다. 바로 ‘글자’다. 길 가다 보는 전광판에 쓰인 글자부터 시작해 가게 메뉴판에 쓰인 글자, 책에 쓰인 글자, 하다못해 수업을 들으며 직접 쓰는 글자들까지… 우리는 종일 글자와 함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일상생활과 떼려야 땔 수 없는 글자를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기란&아트를 운영하고 있는 캘리그라피 작가 김도현씨다.

 

감성 글씨

SNS나 웹서핑을 하면 유명 시나 글귀를 손 글씨로 쓴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그런 것들을 보며 캘리그라피를 멋들어지게, 혹은 예쁘장하게 글씨를 쓰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는 내게 캘리그라피의 진정한 뜻을 알려줬다. “캘리그라피는 예쁜 손 글씨가 아니다. 본인 속에 있는 감정을 풀어서 쓰는, 이른바 ‘감성 글씨’다.”

그러므로 캘리그라피는 글을 보고 베끼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보고 예쁘게 베끼는 것은 손 글씨다. 캘리그라피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을 풀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캘리그라피 어떻게 보면 나를 알아가는, 마음 수양을 하는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는 캘리그라피의 진정한 의미에 이어 캘리그라피만이 가진 매력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 “캘리그라피의 가장 큰 매력은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대가 원하는 문구에 감성을 불어넣어 써주면 이에 대한 반응을 바로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작품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인연의 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여태까지 만든 작품 중 가장 애정이 가는 것은 <길>이라고 했다. “공예를 한 10년간의 삶이 다 들어있다. 그 당시에 했던 걱정, 배운 것들, 힘들었던 것, 행복했던 날들… 나의 지나온 날을 작품에 풀어 놔서 그런지 가장 마음에 남는다.”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나는 글씨를 정말 못 쓴다. 남들이 내가 적은 필기를 볼 때면 몇 번이고 되물어볼 정도다. 그래서 나 같은 악필도 캘리그라피를 잘할 수 있는지가 정말 궁금했다. “악필이랑 캘리그라피랑은 상관없다. 손 글씨를 쓰면서 자기만의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악필이 오히려 캘리그라피를 쉽게 배울 수도 있다. 캘리그라피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악필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보다는 열심히, 또 꾸준히 하겠다는 마음가짐과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캘리그라피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그는 꼭 일기를 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일기를 적으면서 본인의 감성 또한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자기만의 감성을 살펴보고, 또 그를 쓰다 보면 글씨가 바뀐다. 화가 날 땐 거칠게 글자를 쓰고, 좋은 추억을 떠올릴 때면 자기 나름대로 부드럽게 글씨를 쓰게 된다.”

 

글자에 꽂히다

그는 고등학생 때까지 미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았지만,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살던 곳이 촌이라서 그랬는지, 미술, 예술을 하면 굶어 죽는다는 인식이 좀 강했다. ‘배우는 데 돈도 많이 들고 전망도 별로 안 좋은데 왜 하려고 하니?’란 말을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결국엔 한 달간 실기를 배워 대학은 디자인과로 가게 됐다. 그렇게 디자인과를 전공하게 되면서 공예라는 길을 선택해 10년 동안 걷게 됐다.” 그는 학교를 다면서 학생들에게 미술 가르치는 일을 했고 한다.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교육이 적성에 맞는다는 걸 느끼게 됐다. 또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 손 글씨와 같이 실생활에 바로바로 쓰이는 공예를 할 때 가장 즐겁다는 걸 느끼게 됐다. 그래서 교육과 공예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서 손 글씨를 교육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게 됐다.”

“10년 동안 손 글씨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손 글씨는 공식이 정해져 있어 틀에 박히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캘리그라피를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있느냐고 묻자 “제대로 교육도 가능하고 사람들과 소통도 가능한, 그런 장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돌도 돌아도 결국 가는 길

여태껏 우리는 너무 숨 가쁘게 살아왔고, 오늘 또한 매우 바쁘게 보내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대학 하나만을 바라보며 시간 대부분을 공부하는 것에 보내왔다. 그리고 대학생이 돼서는 취업을 위해 학점과 대외활동을 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유 없이, 쉴 틈 없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그는 이 같은 말을 했다.

“공부만 하지 말고 본인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쓰거나 각종 대외활동으로 경험을 쌓는 모습을 보면 지금 대학생들은 우리 때보다 훨씬 현명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자기 속을 잘 만들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이어 “좋은 대학을 졸업해 좋은 직장에 들어간 다음 편하게 먹고 사는 삶. 이것도 괜찮다. 하지만 그냥 적당히 먹고 살다가 삶을 끝낸다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 각자 마음속에는 꿈까지는 아니더라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반드시 하나쯤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걸 찾아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면 그 일을 했으면 좋겠다. 돌고 돌아도 결국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 내가 여태껏 글씨를 가르쳐준 친구들의 인생만 봐도 잘 알 수 있다”며 “도전하길 꺼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 있기에 취업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한 번쯤은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으로도 좋고 취미로라도 좋으니 말이다. 나나, 이 글을 읽는 당신 모두 잠시라도 좋으니 여유를 갖고 속을 들여다보고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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