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기획
14년 만의 의협 총파업 결의, 논란은 ‘의료민영화’?의료민영화 맞다, 아니다…정부와 의협의 첨예한 대립
몇 달 전 철도파업과 맞물려 철도민영화, 의료민영화라는 말을 SNS와 인터넷을 통해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의료민영화가 되면 맹장 수술이 900만 원이 된다며 떠도는 괴담은 과연 사실일까. 정부는 의료영리화는 의료민영화와 엄연히 다르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적인 집단휴진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지난해 투자활성화계획에 포함된 원격의료 도입 및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 반대, 건강보험제도 개선 방안 마련 등을 이유로 1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의 총파업 결정이다.

의료영리화는 의료민영화로 가는 절차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당연지정제로 운영된다. 국내에 거주하는 전 국민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가입되고,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우리가 병원에서 저렴하게 진료를 받고, 약국에서 싼 가격에 약을 살 수 있는 게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은 급여혜택을 받지 못하는 항목이 많아 보장률이 60%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부분 국민은 암과 같은 중병에 걸릴 것에 대비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문제는 낮은 의료수가이다. 의료수가는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의사나 약사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제공하는 돈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맹장 수술, 제왕절개, 백내장 수술의 의료수가가 다른 8개 나라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의협의 건강보험제도 개선은 낮은 의료수가를 올리는 데에 있다. 저렴한 의료수가 때문에 정상적인 진료를 하는 경우에는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병원은 이런 손실을 메우기 위해 환자들에게 여러 가지 비급여 진료를 처방하게 된다. 현재 비급여 분야에 의료인력이 몰리는 현상은 가까운 미래에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 의협의 입장이다.
또 하나의 쟁점은 원격진료다. 원격진료란 쉽게 말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보다, 오진과 의료사고의 위험성, 원격진료장비 구매로 인한 의료비 부담 증가의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의협은 안전성을 검증하고 입법을 논의하자는 입장이고, 입법을 먼저 하고 시범사업을 통해서 안전성을 검증하자는 정부와 충돌을 일으킨다.
그간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은 허용되지 않았다. 의료법인이 진료 외에 할 수 있는 부대사업도 의료법시행규칙상 산후조리원, 장례식장, 주차장, 구내식당·매점 등 8개 분야만 가능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령 20조(의료인의 사명)는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은 의료업을 할 때 공중위생에 이바지하여야 하고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인이 직접 진료활동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계속 금지하고, 자회사를 설립해 영리활동을 하는 것을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영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이것이 단순히 자회사의 영리활동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의료기기 임대 등 의료연관 사업을 하면 병원의 영리 추구 성향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영리화 아니다
지금도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이 보호자를 통해 대리처방을 받는 경우가 연간 500만 건이 넘고 있다. 정부는 대리처방보다 영상을 통해 환자를 보면서 직접 목소리를 듣고 약을 처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협이 우려하는 오진 문제는 전혀 환자를 보지 않고 대리 처방받는 것보다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처방하는 방식이 더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행은 동네의원과 가벼운 질환 중심으로 할 계획이다. 또한, 법으로 원격의료만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은 설립되지 못하도록 했고, 대면진료를 보완해 한두 번 원격진료를 받으면 반드시 의사를 만나러 가도록 규정지었다. 환자든 의사든 원할 경우에 선택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 후, 선택에 맡기는 것이다.
의료는 현재와 같이 비영리법인이 수행하되, 의료기관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해외환자 유치, 해외진출,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 등 의료와 연관된 부대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민영화는 공공기관에서 관리 운영하던 것을 민간에 넘기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의료기관의 94%는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 건강보험에 모든 국민이 가입해 혜택을 받고 있고, 의료기관도 건강보험 급여 진료를 하도록 당연히 지정돼 있다. 이 두 가지는 어느 것도 손대는 것이 아니므로 의료민영화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면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자법인 수익은 고유목적사업인 의료분야에 재투자하도록 하고 △모법인의 자법인 출자 비율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의료법인 자체를 영리법인으로 허용하려고 하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지난 10일 오전 9시를 기해 전국 의사 회원들이 일제히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다행히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 인력은 파업에서 제외하기로 해 최악의 의료대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의협은 10일 하루 휴진 후 11일부터 23일까지 정상 근무, 법정 근로시간인 주 5일 주 40시간 근무에 들어간다고 한다. 24일부터 29일까지 6일 동안은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예정된 파업을 앞두고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져만 가고 있다. 국민 보장의 큰 틀이 되는 의료만큼은 무엇이 가장 국민을 위한 길인지 정부나 의료계 모두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배수현 기자 zxcvbn93@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재흔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