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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음주운전
4월 23일 MBC의 간판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정확히 9주년을 맞이한 날. 가수 리쌍의 보컬이자 무한도전의 멤버인 길이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그는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09%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무한도전 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최악의 비극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적어도 실종자들의 구조 작업이 끝나는 시점까지는 국민적 애도기간이라는 정서가 널리 퍼져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길의 음주운전 시점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길은 무한도전의 스피드레이서 특집을 진행하고 있고, 안전운행이라는 이미지를 굳혀 긍정적인 호응을 얻어낸 길이었기에, 카메라 밖에서 발생한 그의 음주운전 소식은 우리에게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길은 자숙의 시간을 갖기 위해 무한도전을 스스로 하차했다. 무한도전 역시 길의 의사를 존중해 하차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예계에서 음주운전이란 딱히 드문 사건이 아니다. 그들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자숙의 시간을 갖고 슬금슬금 방송에 복귀하곤 한다. 음주운전, 과연 방송을 하차하는 것으로 그들은 마땅한 처벌을 받은 것인가?
음주운전은 중범죄이다
대부분 음주운전자는 자신이 마신 음주량을 과소평가 한다. 음주는 두뇌작용을 느리게 해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이는 잘못된 자신감을 만들어 실제보다 운전을 잘한다는 착각을 일으켜 음주운전자들의 자동차 운전을 부추긴다. 또한, 음주를 하면 눈의 기능이 저하돼 자신의 주행속도와 다른 차량의 속도, 보행자, 장애물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핸들 조작과 동시에 교통신호를 보고 타 차량의 움직임을 확인 하는 등 운전에 필요한 행동을 정상적으로 하기 힘들며, 자칫하면 졸음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음주운전의 가장 큰 위험은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다.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는 불시에 사고를 당하게 된다. 어떤 원한관계도 아닌 아무 이유 없이 당하게 되는 만큼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 허탈함은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는 이상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5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140,598건이 발생해 4,372명이 사망하고 253,163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는 3.1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사고 2.6명보다 약 20% 높았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는 점차 감소하는데 반해 사망률이 높은 중범죄인 음주운전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관대한 사회적 인식과 그에 비례한 가벼운 처벌이 근본적이지 않을까.
음주운전 불감증?
음주운전 자체가 범법행위긴 하지만 음주운전의 가해자는 악의적인 감정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아닌, 음주로 인해 자제력과 판단력을 잃어 발생한 사고라고 생각해 ‘실수’라고 변명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음주운전에서의 가해자는 죄의식이 낮은 편이다. 이런 낮은 죄책감은 재범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음주운전은 면허를 취소당한 경험자가 다시 적발될 가능성이 일반 범죄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예계에서도 음주운전은 연중행사라고 불릴 만큼 빈번하게 일어난다. 2012년엔 가수 알렉스와 아이돌그룹 2PM의 닉쿤, 배우 김지수와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강인은 음주 뺑소니로, 그 외에도 무면허로 음주운전을 한 가수 이현우,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어요”라는 명언을 남긴 가수 김상혁 등 잊을만하면 한 번씩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경각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자숙의 시간을 갖게 되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연예계 복귀가 가능해지기에 나온 말이다. 배우 권상우, 김지수, 박상민 등 음주 관련 물의를 일으켰지만 캐스팅 됐던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일은 없었고 가수 이현우도 자숙보다는 대중 앞에서 활동을 통해 사죄를 받고 싶다며 곧바로 10집 앨범을 발표하고 라디오 DJ도 맡는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정도면 거의 음주운전 불감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가중 처벌을 받으면 안 되겠지만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만큼 본인스스로 제어하고 행동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중들도 역시 그들에게 사랑은 주는 입장이지만  음주운전에 대해 편협한 시각으로 관대하게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한다.
 한국은 관대하다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 사고는 비록 과실로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원인이 된 음주운전은 고의적 행위이므로 죄질이 나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중과실 사고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미비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음주 후 운전은 일절 금지돼 있는데, 술 취한 상태로 운전 할 수 없는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으로 잡고 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 0.1% 미만일 경우 형사상 처벌론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 행정상으론 면허정지 100일, 벌점 100점을 주고 있다. 단, 인사사고가 있으면 면허가 취소된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1%이상 0.2% 미만이면 징역 6개월에서 1년 이하 또는 벌금 300~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고 0.2%이상이면 징역 1년에서 3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 0.36% 이상이면 구속이다.
처벌이 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브라질은 무조건 면허정지 1년에, 한 잔만 마셔도 무조건 음주운전으로 본다. 싱가포르는 최고 3회면 2,600만 원의 벌금과 3년의 징역이다. 노르웨이는 0.02%로 적발 1회에 3주간 구금된 채 힘든 노역을 하고 1년간 면허가 정지되고 2회시 평생 면허가 정지된다. 독일은 적발 1회만으로 180만 원의 벌금과 몇 개월간 월급도 수취된다. 일본은 0.03%에 적발 1회면 3년 면허 정지나 5년 이하의 징역, 최고 1,300만 원 벌금을 내고 술을 권한 사람과 술을 제공한 사람은 1,300만 원 벌금, 3~5년의 징역,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들은 최고 650만 원 벌금을 낸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너무 관대한 처벌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가?
증가하는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선 위험성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아울러 엄격한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운전자 스스로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성숙한 교통문화일 것이다. 또한 음주운전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라는 점을 알아야한다. 개인만이 아니라 죄 없는 타인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추악한 범죄인 음주운전, 결코 쉽게 용서해서는 안 되는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기를 바란다.
                        최진미 기자 chlwlsal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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