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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창원대문학상/수필 가작-칫솔

칫솔


성 현/국제무역학과 3학년

 

어릴 때 칫솔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 뭐라고 말할 특별한 계기도 없는데 칫솔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예쁘고 귀여운 유아용 칫솔이 아니라 투박하게 생긴 칫솔, 일회용 칫솔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았다. 하루 세 번 이를 꼬박꼬박 닦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리 칫솔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의 습관 때문인지 이따금씩 칫솔에 집중할 때가 있다.

가끔 화장실에서 세면대 위의 컵에 꽂혀 있는 여러 개의 칫솔을 관찰하곤 한다. 칫솔의 색깔, 길이, 모양이 전부 가지각색이고 칫솔모 또한 일정하지 않다. 그 칫솔을 조금만 집중해서 보면 굳이 누구의 것이라고 이름을 써 붙여 놓지 않더라도 구분 할 수가 있다. 항상 물기가 있는 칫솔은 엄마 것이다. 무언가를 드시면 바로 양치질을 하시기 때문이다. 칫솔모가 많이 휘어진 것은 아빠 것이다. 한 번 닦을 때 힘줘서 닦으시면서 제 때 교환을 안 하신다. 이를 자주 닦지 않는 여동생의 칫솔은 항상 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남동생은 유난을 떠는 성격이라 혼자 마개를 씌워 둔다. 이런 점은 얄밉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내 것은 자주 잃어버리는 탓에 약간 벌어져있는 것 만 빼면 새 것 같다. 이 사소하면서도 작은 칫솔만 봐도 개인의 성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칫솔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면 꼭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건, 밤 늦게 귀가하건 하루 종일 얼굴을 볼 수 없어도 한 자리에 있는 것은 칫솔이었다. 좁은 컵 안에 발을 붙이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우리 가족의 모습과 닮았다. 칫솔이 정답게 느껴지는 이유가 닮은 모습 때문이었을까. 함께 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인 화장실에서 “우리 여기서 잘 살고 있어요.”라고 외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고 각자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이 모이는 것은 일상이 아니라 행사가 되었다. 칫솔을 모으던 그 시절에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연스러워졌다. 각지에 흩어진 가족 구성원이 하나라고 느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칫솔이었다. 칫솔이 담긴 작은 컵은 원래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금 다소 친밀함이 줄어든 우리 가족에게 신년 맞이 선물로 칫솔 세트를 준비할 예정이다. 나만의 생각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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