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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창원대문학상 시 심사평-김명희(시인)

평균 상향에 박수를 보내며

 

예년보다 응모자와 편수가 많았다. 그러나 당선작을 내는 데는 숙고가 필요했다. 여느 때도 마찬가지지만 올해는 더욱 난항을 겪어야했다. 이유는 솟은 뿔이 없기 때문이었다. 즉 작품 수준이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수려하게 돋은 뿔은 아니더라도, 치기의 뿔이라도 보고 싶은 것이 선자의 바람이었다. 특이하게도 먼저 선에 올린 작품이 일몰에 관한 것이었고, 다음이 일출에 관한 작품이었다.

정혜주의 「저녁 무렵」은 일몰의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저물 무렵의 시각적인 이미지에서 청각적인 이미지로 확장한 것이 돋보였다. 마치 하프를 타듯 ‘인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점은 화자가 저녁 풍경을 보여주면 아름다운 지 끔찍한 지는 독자의 몫이다. 그런데 작품에서 노골적으로 ‘아름다운’, ‘아름다움’이라 하여 긴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녁은 점점 파스텔 톤으로 번져가는 데도 행마다 온점을 찍어 시를 읽을 때 닫힌 느낌을 준다. 함께 투고한 「오후의 정적」, 「장미꽃」등 작품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고르다. 정희영의 「겨울 꽃」은 일출을 묘사하고 있다. 지금 청춘이, 젊음이 겪어야하는 통증을 해를 낳는 바다의 산통에 비유하고 있다. ‘손톱을 세우고/거친 모래를 긁으며’ 기꺼이 햇덩이를 낳아야하는 바다에 젊은이들을 투영하고 있다. 이 역시 마지막 ‘청춘은 겨울’ 꽃이라고 결론지어 긴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 가족의 모습을 묘사한「가족」이 전체적으로 완성도는 더 높지만 실험정신(치기)이 부족하다. 앞길이 불투명한 자신의 생각을 그린 신새벽의 「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조성연의 「허물상자」도 마찬가지다. 시를 펼쳐나가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특히 조성연은 투고 작 5 편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번뜩이는 언어의 날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 한 사람이 여러 편을 투고했다는 것은 오래도록 수련을 쌓고 있다는 방증이다. 「담아두기」,「회상」,「김청춘」등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비록 당선작을 내지는 못했지만 평균 상향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사물과 현상, 언어를 들이받을(꼬고, 비틀고, 뒤집고) 수 있는 뿔 하나 간직하기를 바란다.

-김명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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