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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창원대문학상 수필 장려-운동장의 추억

운동장의 추억

 

이 현 철/공대 건축학과 4학년

 

“ 정말 아이디어가 생각이 않나네!”

“ 도대체 설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이러한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 땐 조용히 운동화로 갈아 신고, 학교 운동장으로 나선다. 조용한 밤공기, 앙상한 나뭇가지, 볼을 때리는 바람, 이 모든 것들이 낯설어 보일 때쯤이면 운동장에 도착하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적어도 차가운 바람에 내 몸을 맡기고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면 나에게서 흐르는 이 무수한 땀방울이 설계로 인해 지쳐있는 눈물을 대신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다. 난 창원대학교 건축학과 4학년으로 졸업을 1년 앞두고 있는 고학년이며, 나는 나를 덮고 있는 지옥처럼 고요한 이 칠흑 같은 밤을 뛰쳐나가고 싶을 때면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 항상 운동장에서 숨이 찰 때까지 달린다. 작년 3학년까지만 하더라도 매일 밤 보았던 운동장 이였지만 취업, 학업, 금전 등의 문제가 나를 더 쇠창살로 묶기 시작하면서 점점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저녁에 운동장을 뛰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막 퇴근 한 듯한 아저씨, 천천히 경보를 하시는 아주머니,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시는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그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함께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운동장 트랙위에서 매일같이 마주치고 만나는 분들이 있다. 약 70세로 보이고 막 정년퇴직을 하신 것 같은 어르신 한분과 남편과 자식들 저녁상을 차려놓고 나온 듯한 40대 주부로 보이는 아주머니, 그리고 항상 주황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손을 힘차게 위, 아래로 흔들며 경보를 하시는 40대 아주머니다. 우리는 이 4명을 하나의 팀(?)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서로 의식하진 않지만, 마음속으로 서로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환한 미소를 지은 뒤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제 저녁에까지 봤던 70세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항상 뛰어가던 나의 앞에서 천천히 밤하늘을 보며 묵묵히 걸으시던 그 모습이 없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 다음날도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고, 그 다음날 또한 운동장에 출근을 하지 않으셨다. 계속되는 결근에 왠지 모르게 난 불안감과 걱정스러운 마음이 계속 들었고, 우리 팀의 멤버인 두 아주머니들도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눈빛을 보여주곤 했다. 평소에는 그 많던 별들이 자취를 감추고 우리들의 밤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그리고 몇일 뒤, 이틀 동안 내리던 비가 세상 곳곳에 숨어있던 안 좋은 흔적과 상처들을 모조리 씻어 내주었고 어김없이 저녁을 먹고 귀에 이어폰을 꽃은 채 운동장으로 들어서자, 저 멀리서 모자를 푹 눌러쓰시고 트랙을 돌고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너무 기쁜 마음에 냉큼 달려가서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쭤보았다. 할아버지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부산 아들 집으로 내려가서 계시다가 새벽에 상태가 나빠져 응급실로 실려가셨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이 많이 좋아져서 다시 창원으로 올라오셨고, 몸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러 나왔다고 하셨다. 난 한동안 할아버지와 트랙을 몇 바퀴나 돌면서 얘기를 나누었고, 뒤늦게 오신 우리 팀 멤버인 두 아주머니와 함께 더 깊은 얘기를 나누며 운동장에 불을 밝혔고, 우리들에게 운동장은 자신들에게 주어져 있는 길들을 공유하는 장소로 남게 되었다.

이기언 할아버지!, 오춘화 엄마! 그리고 신영희 엄마! 모두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시죠?

전 오늘도 흘러가는 내 젊은 날을 잡아보기 위해 몸을 풀고 운동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다시한번 꼭 운동장에서 만났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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