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홍 섭/소설가, 평론가

세 편의 영화 평론을 읽었다.

한 가지 먼저 말해 두고 싶은 것은, 대상이 문학이든 영화든 평론은 그 자체로 고유한 한 편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평론은 기존의 작품을 분석하고 새로운 의미 부여를 통해 독자나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지만, 기존 작품의 부수적 감상평이 아니라 완전히 평론가의 독자적 시각에 의해 새 의미가 부여된 또 하나의 작품이라는 것을 기억 해 두기 바란다.

공모된 세 편의 작품 중에서 김준영의 <영화 '세 얼간이'>를 당선작으로 민다. 김준영은 인도 영화 <세 얼간이>를 통해 개인의 적성과 재능과는 별 관계없이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과 줄 세우기 식의 경쟁을 강요하는 풍토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논제를 각론으로 단락구분을 하고 논제의 각 부분마다 영화의 주요장면들을 오버랩하며 아주 적절하게 비판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문장력도 신뢰가 갔다.

나머지 두 작품, 조유진의 다큐 영화 <커피 이야기>와 이원규의 일본 애니메이션 <천년여우>는 잠깐의 고민을 거쳤지만, <커피 이야기>를 가작 없는 장려로 선정했다. 굳이 말하자면 두 작품 다 절반의 약점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커피 이야기>는 영화평이라기보다는 경제학 전공자의 짧은 논문 한 편을 읽는 느낌이다. 영화평이라면 영화의 구체적인 상황과 현실이 함께 녹아들어가야 하는데 이 평론에서 영화는 실종되고 말았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현실을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이 장점이다. <천년여우>는 앞에 말했듯이 평론은 평론가 '고유의 작품'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 도입부는 이미 나와 있는 시놉시스를 그대로 따다 붙여 그것이 이 작품의 전체적 신뢰도를 망치고 말았다. 중간에도 따온 흔적이 보인다. '인용'이라면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감춰진 인간성을 추리하는 내공은 다음을 충분히 기약할 만하다는 점에서 이번 탈락을 아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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