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석체험기

김 하 늘/금융보험학과 2년

2009년 겨울은 나에게 특별했다. 군 제대를 하고 다음연도 복학을 준비하던 중 중국 강소성 무석시에서 무석한국학교 선생님으로 계신 어머니를 보기 위해 중국을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서 비행기 값을 벌기위해 공장일을 2달간 하면서 번 돈으로 중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곳은 어머니께서 2년 가까이 한국인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곳이었다. 나에게 해외여행은 처음이었고 더구나 중국말은 하나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려움이 사실 컸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해외여행을 하고 싶었던 마음과 군대있을 동안 어머니를 자주 뵙지 못했기 때문에 어머니를 뵐 수 있다는 마음이 나를 중국 땅으로 가게 한 것이다. 그 해 12월 5일 김해공항에서 출발하여 상해 푸동공항에 도착한 그 순간 전부 한문으로 된 간판들을 보면서 이러다 국제미아가 되는 것은 아닌가 두려운 생각도 잠시 입국수속을 마치고 그리운 어머니를 만났다. 무석으로 가는 렌트카를 탔다. 어머니와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었다. 상해에서 무석까지는 2시간 걸리는데 그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무석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흑백 TV에서 가끔 본 적이 있는 우리나라 70-80년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풍경과 비슷했다. 어머니와 학교 선생님이 함께 사시는 아파트에 짐을 풀고 무석여행의 첫날을 보냈다.

무석한국학교는 학기 중이었기 때문에 난 둘째날부터 학교에 갔다. 어머니가 맡은 아이들은 2학년이었다. 교실에 들어선 순간 아이들이 장난치는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아이들은 조용해졌다. 어머니께서 나를 아이들에게 소개하자 아이들은 그때부터 나를 좋아하기도 하고 신기하게 여기기도 했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나 또한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갔다. 부모님 직장 때문에 낯선 땅에 있었던 아이들이라 한국 사람이 그립고 한국이 그리웠기 때문에 나를 삼촌같이 잘 따랐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날까지 학교에서 어머니의 보조교사로 일을 하면서 즐겁게 보냈다.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야구를 하면서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하고 비석치기도 교실에서 하는 등 추억들을 쌓았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스쿨버스 안에서 한국이야기도 주고 받으면서 때론 형처럼 때론 삼촌처럼 혼내기도 하고 예뻐해주기도 하였다. 중국에서 만났기 때문에 남다른 정을 쌓을 수 있었다.

무석에서의 생활 일주일이 지나고 어머니와 친분이 있으신 교회 장로님과 함께 3박 4일 동안 홍콩을 가게되었다. 홍콩에서 있는 교회세미나에 참석하시는데 따라가게 되었다. 창원 시골 촌놈이 홍콩까지 가게 되고 나에게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홍콩은 중국의 자치구로서 경제가 매우 발달하고 쇼핑의 중심지라고 들었다. 막상 가보니깐 정말 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색찬란한 네온사인, 온 세계 사람들이 모인곳, 역시 말 그대로 세계적인 도시 홍콩이었다. 홍콩 컨벤션센터로 가는 길에는 유람선을 타고 가는데 건물들의 불빛이 바다에 비춰지는 야경은 한편의 홍콩영화를 찍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수많은 건물중에 'SAMSUNG'이라고 불빛이 비춰지는 네온사인이 나의 눈에 확 들어왔다. 많은 기업광고물속에 우리나라 기업의 로고가 제일 눈에 띄는 장소에 비춰지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강하게느꼈다. 앞으로 세계의 많은 한국의 자랑거리들이 곳곳에서 퍼질 수 있도록 대학생으로서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의 경제가 있는 곳. 나는 홍콩에서 새로운 금융보험시장을 개척할 내 미래의 꿈을 그려보았다. 짧지만 강렬했던 3박4일간의 홍콩여행도 나의 무석체험기에서 잊을 수 없는 한 부분이었다.

홍콩에서 돌아온 뒤 어머니와 중국 전통시장에서 중국의 음식도 맛보고 중국 사람들과 많은 대회는 할 수 없었지만 조금이나마 중국문화를 이해하게 되었다. 무석한국학교는 1월 중순에 방학을 한다. 방학을 하게되면서 어머니와 난 한국에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한국 가기 전날 학교에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 교정밖으로 나가는 순간 눈물을 보이셨다. 2년 동안 무석 땅에서 보낸 말썽꾸러기 아이들과 즐겁고 힘든 추억의 눈물같았다. 어머니가 짧은 기간이지만 마지막으로 교육의 열정을 바친 곳이라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교사로서 일평생 한 길을 걸어오신 어머니가 존경스러웠다. 어머니 뒤에서 어깨를 다독거리며 ‘어머니 괜찮아 다시 오면 되잖아요’라고 위로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한국가는 날이 밝았다.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난 50일간의 추억을 새겨보았다. 처음으로 해외 간다고 공항에서 긴장한 일, 홍콩에서 내 미래를 그려보고 가슴 설레었던 일. 2학년 아이들과 소란하면서도 어색한 첫 만남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난 겨울이 되면 무석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생각해본다. 아무 조건 없이 중국땅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사람들, 2학년 장난꾸러기들, 거칠고 투박한 중국인들, 무시할 수 없는 중국인의 저력.... 그곳에서의 기억들은 사는 동안 지워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들로 간직될 것이다.

“2학년 말썽꾸러기들! 정현이, 병준이, 민수 엉터리 3인방, 혼자생각하기 좋아하는 영준이, 까불이 대장 준엽이 다들 잘 지내지? 보고싶구나! 너희들이야말로 한국과 중국을 이어가는 새 시대의 그루터기가 될 것을 난 확신한다. 해외에 나가있는 대한민국 아이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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