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The Story Of Coffee>

- '히말라야 커피로드'와 '공정무역 희망무역'을 보고

조 유 진/국제관계학과 4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커피. 어느덧 우리나라에도 커피 전문점들이 대거 들어섰으며 커피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커피는 이제 빠질 수 없는 음료가 되었다. 사람들이 커피를 보며 '아메리카노'를 노래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고, 커피의 달달한 향기 아래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으며,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커피가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마시고 있는 커피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는 듯하다. 커피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히말라야 커피로드'와 '공정무역 희망무역'을 보고 평론을 쓰게 된 것은 이제 우리나라도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커피의 매력에 깊이 중독된 데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이 사랑하는 커피를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게 구매하고 소비할 수 있을까? 그럼 이제 커피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네팔 오지마을의 공정무역을 다룬 '히말라야 커피로드'는 이제까지 우리가 마시던 커피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려주고 있다. 현대인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고, 수많은 커피 전문점에서 팔리고 있는 인기 음료이지만, 우리는 커피의 이면에 가려져 있는 커피 생산자들에게, 커피가 얼마나 절실한 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커피는 그들의 삶이자 희망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유통과정을 거치는 동안 대부분의 커피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별 볼일 없으며, 20kg이 넘는 커피자루를 짊어지고 4-5시간을 걸어 커피를 판매하러 가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형편이 좋지 못하다.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의 세계질서 하에서, 제3세계의 생산자나 농민들은 최종 판매가의 1퍼센트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찾아온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직거래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산자들에게는 푸짐한 식사가 보장되고, 여성들도 일을 통해 지위가 향상되며,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는 '희망의 무역'이 되었다. 공정무역은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꾸준히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회적 기업으로 일본과 한국에서도 인정받는 등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의식이 커짐에 따라 공정무역이 힘을 얻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 이제 커피에 가려진 사람들의 희망의 이야기를 좀 더 들여다보자.

하늘이 내려준 커피 재배지인 네팔의 '아스레와 말레마을'. 히말라야 산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 마을은 11가구가 전부이며, 모두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햇빛이 하루에 두 시간밖에 들지 않고 안개가 끼는 날씨 덕분에 커피 생산에 효과적인 곳이다. 말레 마을 사람들은 커피의 맛도 모르고, 커피를 어떻게 만들어 마시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크다. 그들에게 커피는 현금을 얻기 위한 수입원이자, 아이들을 공부시킬 수 있는 희망인 것이다.

하늘이 내려준 커피 재배지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커피 농사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더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땅에 커피 묘목을 심을 필요가 있다. 아직은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말레마을의 가장들은 대부분 인도로 이주노동을 떠나고 있으며, 가정 형편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도 많다. 이러한 절실함을 아는 그들이기에 안정적인 소득을 얻기 위해, 그들은 커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이다. 커피는 이미 돈이 되는 농사로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이를 통해 번 돈으로 아이들은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커피가 없으면 아이들의 꿈도 사라지게 된다. 커피로 아이들은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레마을에서는 커피와 아이들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

희망을 품은 공정무역 커피는 말레마을을 윤택하게 만들었으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커피를 생산하고 있는 말레마을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깨끗한 커피를 만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들의 친환경 농법으로 인해 토양은 비옥해지고, 깨끗하고 건강한 커피가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커피에 대한 사랑은 커피나무에도 그대로 녹아들고 있었다. 이렇듯 공정무역은 생산자들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롭고, 남녀평등에도 기여하며, 환경보호, 생산자의 노동조건 향상, 기업의 투명성 등을 보장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

1년 간 땀과 정성으로 일궈낸 그들의 건강한 커피는 수확한 후 커피협동조합으로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20kg이 넘는 커피를 메고 험준한 히말라야 산을 4-5시간 동안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커피 로드'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한국 공정무역 단체의 도움으로 시장거래가보다 2-3배 높은 가격을 받게 된다.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 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공정무역을 알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그들은 더욱 건강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커피협동조합에서 다시 10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로 간 말레마을의 커피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간 후, 로스팅 공장에서 블랙 빈으로 향기를 갖게 된다. 이로써 먼 길을 돌고 돌아 커피 전문점으로 간 말레마을의 커피는 한국의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말레마을 사람들은 공정무역을 통해 희망을 보았으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커피 속에는 커피를 생산하는 농부들의 땀과 정성이 있었고,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이렇게 꿈을 품고, 사랑을 먹고 자란 커피는 지금도 어디에나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공정무역으로 보다 나은 대우를 받고 있는 커피 생산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커피 생산자들은 제대로 된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여성은 더욱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가 그러하듯,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보편화된 국제사회의 자유무역 질서는 자작농이나 임노동 형태로 식량 생산의 60~90퍼센트를 책임지고 있는 가난한 여성 농민들의 삶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것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전 세계인구의 70퍼센트가 여성이라는 것만 보아도 명확하다. 네팔의 여성 또한 기존의 남성 권위적인 의식 속에서 여성들은 결코 자립할 수 없는 남성의존적인 존재였다. 말레마을의 여성들 또한 가장이 이주노동을 떠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규모로 재배되는 커피를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온 가족이 동원되어 만들어지는 커피 수확물은 집안의 유일한 수입원으로 모두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무역은 이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공정무역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 오늘날의 자유무역은 '존 이커드'가 말하듯, 빈국과 부국 사이에 이뤄지는 강압적인 무역이며, 기업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됨에 따라 자본주의 경제는 더 이상 도덕적 양심이나 효과적인 내부 제재 조치가 존재하지 않고 무제한 성장하는 암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제 '모든 걸 가진 자'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자' 밖에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것은 지역적으로도 극명히 드러나 남북 갈등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간계급이란 없다. 1%의 상위계층이 전 세계의 부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99%는 부유하지 않다. 이것은 부의 독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가 성숙할수록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만연해지게 되었다. 이렇게 자본주의에서 소외된 계층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이 이로 인해 신음하고 있을 때, 다른 한쪽에선 각종 규제의 철폐와 구제금융 등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부유층의 천국이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경제 성장으로 생산된 부는, 피라미드처럼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그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는 세계의 부유층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자로 간신히 생계만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배계층에게 가난한 사람들은 가치 없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진리로 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99퍼센트의 가난한 자에 속하는 제3세계의 사람들, 또 그 속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들 혹은 여성들은 대기업이 고용하는 값싼 노동력이 되어 일을 하지만, 장시간의 노동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윤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자유무역 질서 하에서 그것의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 공정무역, 즉 희망무역인 것이다.

공정무역은 세계시장에서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네팔리 바자로'와 '피플 트리'가 있으며, 한국에는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두레생협연합회'와 '아름다운 가게' 등의 공정무역을 들 수 있다. 이들 단체들은 '공정한 임금과 지속가능한 일자리', '전통 기술과 문화다양성 보전', '안전한 작업환경', '환경과 건강보호', '윤리적 소비'라는 보편적인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이렇듯 '원조가 아닌 교역'의 측면에서 공정무역은 무조건적인 원조보다는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정무역 단체들은 특히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들이 일을 갖고 수입을 얻게 되면 가족에게 존중받고 가족 내에서의 위치가 좋아지고 자신을 갖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수입을 얻으면 가정과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쓰기 때문에 여성의 성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체 전체로 긍정적인 효과가 확산되게 된다. 여성이 바뀌면 가족이 바뀌고, 지역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게 되는 파급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이에 기반 해서, 공정무역 단체들은 제3세계 여성들의 자립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공정무역이 희망의 무역으로 불리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기존 자유무역의 불합리성에 대해 공정무역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커피를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생산자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히말라야 커피로드'와 '공정무역 희망무역'은 그 동안 우리가 커피에 가졌던 평이한 시각을 새롭게 바꿔준다. 공정무역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단어 자체로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은 공정무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복잡한 유통과정과 자유무역을 통해 큰 이익을 보는 다국적기업들의 방해 때문이기도 할 것이며, 공정무역에 무관심하며 비싼 커피 전문점의 커피가격에 의문을 갖지 않는 소비자들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우리 모두가 ‘좋은 직업과 임금, 국민의료보험, 양호한 교육, 저렴한 집, 적정한 연금’ 등의 가치들을 누리고 영위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언뜻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권리들이 현실 세계에서 얻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제3세계의 커피 농부들이 적정한 임금과 좋은 교육 등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큰 기부를 할 필요는 없다. 그저 그들이 생산하는 건강하고 깨끗한 커피를 제값을 주고 구매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듯 우리 스스로 공정무역을 이해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하게 된다면 루스벨트의 꿈도 실현될 것이다. 공정무역이 희망무역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가 된 커피. 커피는 연인들의 대화에서, 반가운 추억과 즐거운 수다 속에서 만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커피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를. 우리 모두 명품을 소비하기보다는 물건에 대한 착한 소비, 윤리적인 소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또한 우리 모두 커피뿐만이 아니라 물건이 가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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