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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빼빼로는 누가 다 사갔을까?문화의 발견 [day문화]


세상에는 수많은 기념일들이 존재한다. 1월 14일 다이어리 데이(diary day)부터 시작해서 12월 14일 허그 데이(hug day)까지, 매달 14일 다달이 있는 행사도 모자라서 사이사이 존재하는 많은 기념일들. 또 우리가 모르고 지나가는 기념일들.

이러한 기념일, 'day' 문화는 기업의 상술에서 태어난 문화이다. 문화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중들이 향유하는 순간부터 문화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인데 다만 'day'문화의 탄생 배경이 살짝 아쉽다. 어릴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마냥 초콜렛, 사탕, 빼빼로 선물들을 샀지만 이제는 학생들 모두가 판매를 위해 만들어 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상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에 넘어가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day'문화에 대해서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주변의 학생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물었다.

 'day' 기념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좋다!

이유 1. 누군가 나에게 고백을 할 것 같아 설렌다. 그런 날에 먹는 빼빼로나 초콜렛은 괜히 더 맛있게 느껴진다.

2. 그런 'day'를 통해서 좋아하는 이성에게 고백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3. 마음을 표현하는데 비교적 자유로운 날이다. 친구들끼리 주고받으면서 고마움을 표현할 수도 있고 부모님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색한데 선물로써 대신 전할 수 있다.

4. 무엇이든 선물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둘 다 기쁘고 더 사이가 돈독해 지는 계기인 것 같다.

싫다!

이유 1. 사라졌으면 좋겠다. 애인 없는 사람들을 서럽게 하는 날이다. 자기들밖에 생각 못하는 이기적인 날이다.

2. 애인이 있어도 그런 거 챙기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유치하기도 하고 돈이 많이 들어서 주는 사람에게 부담이다.

3. 아무 의미 없는 날이다.

4. 기업의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기념일만 되면 장사가 잘 되니까 너도나도 기념일을 자꾸 만들어내 돈을 벌려는 철저한 상업주의다. 그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젊은 세대들의 소비 관념이 가벼워져 좋지 않다.

대학생의 생각 더하기

덧붙여서 앞에서 말한 의견들을 수치로 나타낸 자료가 있다. 작년 11월 11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설문 조사 내용이다.

한 구인구직 포탈에서 대학생 1,219명을 대상으로 '빼빼로 데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71.9%가 '상술이 만들어낸 기념일'이라고 대답했다. '평범한 일상에 재미있는 이벤트(11.6%)', '고마움, 사랑고백 등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7.6%)' 등의 긍정적인 답변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학생의 8.8%는 아예 '관심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많은 대학생이 '올해 빼빼로 데이를 위한 선물계획은 있다(66.3%)'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day'들에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day'마다 선물계획을 세운다. 상술임을 알고도 넘어가 준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형을 나눠서 그 심리를 파악해 보기로 했다.


당신이 구입한 빼빼로의 목적

1. 이벤트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남자친구(혹은 여자친구)가 있는 유형이다. 설문 결과에서도 빼빼로 데이에 선물을 계획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선물을 주려는 대상은 '애인(35.6%)'이 단연 1위로 나타났다. 또 두 부류로 분류하자면 첫째는 의무감, 두 번째는 진심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연인이라는 이름에 묶여 기념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챙겨주는 경우이다. 선물 사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무거운 마음으로 '의무감'이 담긴 선물을 챙기는 사람들도 꽤 많다. 후자의 경우로는 상술인 것을 알지만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기념일을 맞아 서로의 마음을 선물로써 표현하는 경우가 되겠다.

2. 고백

선물을 줄 대상 3위로 '고백하지 못한 이성 친구'가 17.5%를 차지했다. 각각의 day들은 친구끼리 주고받는 의미를 가진 날들도 있지만 이성에게 선물을 주는 날이 대부분의 비율을 차지한다.

용기가 없어 고백을 못 했거나 고백할 타이밍을 찾고 있었던 학생들은 종종 이런 day를 기회로 빌리기도 한다. 기념일을 명분으로 적당한 분위기도 잡을 수 있고 선물으로 호감을 높일 수도 있다. 받는 사람 역시 특별한 날에 고백을 받아 기쁨이 더 커진다. 그래서인지 이런 기념일에는 고백 성공률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3. 감사

설문조사를 보면 '부모님 등 가족에게 선물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24.6%로 2위를 차지했으며, '친구'도 14.2%로 뒤를 이었다. 그 외 '교수님', '아르바이트 동료 및 사장님' 등의 기타 응답도 있었다. 이런 경우는 기념일이 이성에게 사랑표현을 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평소 생활을 하다보면 고마운 일도 많고 미안한 일도 많다. 그렇지만 표현을 하기가 어색할 때가 많다. 그 마음을 선물에 담아 부모님, 친구, 선생님께 주는 경우이다.


기념일을 챙기는 학생들의 대상은 다르지만 의도는 하나다. 마음을 전하는 것. '기업의 상술이다, 애인 없으면 아무 의미 없다'라는 둥의 말이 많지만 이를 통해 마음을 전달 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장점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기념일을 통해서 마음을 전하는 훈훈한 모습이 존재하는 한편, 정말 알아야하고 챙겨야 하는 날은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씁쓸한 모습도 있다.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이란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는 '둘 다 몰랐다'는 응답이 71.2%에 달했다. 더구나 우리 고유의 명절보다 'day'를 더 잘 챙기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어찌됐든 'day'문화가 퍼진 이상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판만 하는 대신 변화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포장되어 나온 선물세트를 사는 대신 빼빼로를 사는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진심 어린 마음과 함께라면 오히려 다른 선물들보다도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 다만, 이 'day'들만 챙기지 말고 장애인의 날, 노동자의 날 등 생소하지만 잊지 않아야 할 날들에도 관심을 가지자.

'고맙다'는 말, 물건을 빌릴 때는 쉽게 나오지만 정말 필요할 때는 쑥스러워 하기 힘든 말이다. 'day'를 통해 마음을 전달하는 것, 상술에 휘둘리거나 지나치지만 않다면 좋은 문화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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