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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간 지켜온 가리왕산 원시림, 평창올림픽 개발에 사라질 위기조선시대부터 지켜온 산림, 평창올림픽에 사라지나
▲국내 최대로 추정되는 가리왕산 장구목이의 신갈나무, 세 아름이 넘는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다음 타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예상되는 경제효과만 몇십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는 올림픽을 위한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 그 중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 건설이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 중봉에 예정대로 진행돼 ‘500년 보호림’이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 간 논란을 빚던 사안이 ‘산림 규제’ 완화 차원에서 통과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는 데 걸린 시간은 일주일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논란
가리왕산은 2011년 7월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날부터 올림픽 준비의 최대 쟁점이었다. 다음 해인 2012년 3월 정부는 산림청을 중심으로 활강경기장 터 선정을 위한 민관 합동기구를 구성해, 가리왕산 이외에 다른 대상지가 없는지 검토했다. 정선 백운산 만항재라는 대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스키연맹(FIS)의 입장에 막혀 가리왕산으로 결론을 냈다. 2012년 6월 가리왕산 중봉 지역이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으로 결정됐다. 이에 산림청은 2013년 6월 가리왕산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 다만, 올림픽 후 생태계 복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강원도는 바로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초안)를 제출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올림픽 이후 가리왕산 복원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원주환경청은 올림픽 후 훼손지역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정해 구체적 복원방안을 요구했다. 10월 강원도는 환경영향평가(본안)를 제출하면서 ‘자연천이’ 복원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주환경청은 12월 강원도에 재차 구체적 복원방안을 마련하라는 입장을 전했고 강원도는 같은 날 보완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2014년 1월 원주환경청은 복원계획이 수립되면 다시 협의하는 조건으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무리했다.
2014년 3월 7일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는 올림픽 이후 산림생태 복원 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보류했다. 이후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 건설이 환경파괴 논란으로 보류된 것을 두고 ‘덩어리 규제’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주일이 지난 27일 산림청은 중앙산지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가리왕산의 일부 형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내용의 산지 전용 허가를 조건부 승인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날부터 지루하게 끌어온 논란이 일주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최고의 원시림, 가리왕산
“주목이 어린 개체부터 수백 년 된 노령수까지 세대별로 모두 출현하는 곳은 내륙에서 가리왕산만이 유일하다” 가리왕산은 국가에서 조선 시대부터, 1970년대에는 주목의 도벌을 막기 위해 일련번호를 달아 관리해온 최고의 원시림이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은 해발고도 800~1,400m인 산지 사면에서 폭 20~30m, 길이 3km가량의 면적을 깊이 1m까지 파헤치는 토목공사다. 이 때문에 엄격한 산사태 방지 대책을 포함한 복구를 바탕으로 토양, 종자, 식생의 회복까지 단계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산림생태를 복원하기 어렵다. 산림생태 복원에 대한 치밀하고 과학적인 계획을 가지고 설계와 시공부터 접근해야만 한다.
강원도는 ‘자연천이’를 통한 방식으로 가리왕산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자연천이는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식물이 없는 맨땅에 나무나 풀이 자연적으로 자라나도록 하는 복원 방식이다. 이에 환경단체 ‘우이령사람들’의 이병천 회장은 “강원도가 제시하고 있는 자연천이 방식의 복원은 미국에서 산불이 난 광대한 지역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스키장 건설로 토양생태계가 파괴되는 지역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강원도의 자연천이 방식대로 복원이 진행될 경우 개망초·달맞이꽃 등 외래종 귀화식물들만 자라나게 되고, 이 때문에 중봉을 포함한 가리왕산 생태계 전체가 교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자연천이 방식으로 복원한 전북 무주의 덕유산 스키장도 대부분 지역이 외래식물에 뒤덮인 상태이다.
강원도 환경영향평가서에 의하면 활강스키 경기장 건설로 훼손되는 나무는 5만여 그루에 달하지만, 산림청이 옮겨 심을 계획인 나무는 높이 3~5m, 지표 굵기 14cm 이하의 비교적 작은 나무 121그루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1997 유니버시아드 대회 당시 옮겨 심은 나무 대부분이 고사한 바 있다.
또한, 일주일간의 경기를 위해 일반 스키장 규모의 경기장을 짓는 것도 논란이다. 활강경기장은 대회 이후 일반 스키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경기장 건설비가 일반 관광·레저용 스키장 수준인 550억 원으로 책정돼 있다. 환경 파괴에 예산 낭비까지 겹쳐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반 관광·레저용 스키장으로 설계·시공하는 것은 이후 복원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 
 환경단체들은 계속해서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가리왕산 경기장 착공에 들어가기 전까지 남은 4년동안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알파인 스키 경기가 치러진 것은 단 6일에 불과했다. 주목은 자라는 속도가 매우 더딘 나무로 20~30cm 둘레가 되는데 약 100년이 걸린다. 산림을 보호하는 것이 산업발전을 막는 ‘나쁜 규제’라면, 500년간 지켜온 산림을 일주일 남짓한 경기와 맞바꾸는 것은 ‘좋은 정책’일까.

배수현 기자 zxcvbn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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