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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뒤를 위한 시험
 지난 18일(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 문제와 정답에 이상이 없음을 밝혔다. 정말 또 한 번의 수능이 지나간 것이다. 아마 쳐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시험이 끝났다고 모든 게 끝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작임을. 수능은 단지 수험생만의 시험이 아니다.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늦추고, 심지어 듣기 평가 시간에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조차 이착륙이 금지되니 전 국민의 연례행사라고 할 수도 있겠다.
 1808년 시작된 이후로 200년 넘게 프랑스 시민들을 시험에 들게 한 입시제도가 있다. 이 시험은 철학을 포함한 15개의 전 과목이 모두 주관식 논술로 이뤄진다. 특히 가장 비중있는 과목으로 여겨지며 4시간동안 논문 형태로 작성하는 철학 문제는 프랑스 지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복잡하고 어려운 지문 없이 주어지는 단 하나의 문장. 중국의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던 1989년,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는가’, 프랑스 사회가 정치인의 비리와 탈세로 들썩였던 2013년,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도 도덕적일 수 있는가’. 누구도 가르쳐 줄 수 없는, 풀이과정과 모범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프랑스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꼭 치러야 하는 시험의 이름은 ‘바칼로레아’.
 수능을 치고도 더 많은 시험에 시달리고, 대학에 와서도 정말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우리에게 바칼로레아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사실 그동안의 노력과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반 나절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숫자 하나에 희비가 갈리는 모습을 보면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일주일 간 시험을 치르고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을 받으면 점수에 상관없이 원하는 국공립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만약 10점을 받지 못하더라도 재시험의 기회를 줘 합격률을 높인다. 이 시험의 목적은 못하는 학생을 가려내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때문이다. 
 바칼로레아 시험이 있는 날, 프랑스 시민 모두는 수험생이 되어 철학 문제를 기다린다. 정치인들은 TV에 출연해 자신이 작성한 답안을 발표하고 시민들은 한 장소에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해마다 시험을 치러낸다. 프랑스의 투표율은 약 80%에 달한다. 1808년, 스스로 생각하고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바칼로레아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 아닐까.     배수현 수습기자 @zxcvbn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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