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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멘 가방보다 무거운 기성회비전국 대학생 4,131명, 기성회비 반환운동 벌여. 성공할 수 있을까?


 언제 배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흰 종이수염'이라는 소설을 수업시간에 배웠었다. 흰 종이수염은 전쟁의 비극과 부성애가 담긴 소설이다. 줄거리는 주인공이 사친회비를 내지 못해서 학교에서 매를 맞고, 6.25 전쟁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그 돈을 내기 위해 흰 종이수염을 붙이고 극장홍보를 한다. 아버지는 전쟁 중에 한 팔을 잃었지만, 아들을 위해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서 사친회비란 오늘날의 기성회비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많은 자원을 잃었고, 국가가 일일이 교육기관의 조직에 필요한 운영비를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부모에게 이 기성회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까지 기성회비라는 이름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대학을 비롯하여 8개 국립대학에서 대학생들이 기성회비 반환운동을 펼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이번호에서는 아직까지 가정에서 기성회비를 부담하는 것이 옳은지 파헤쳐보고자 한다.

 거의 4배나 큰 배꼽

 21세기 한국대학생 연합(한대련)과 국, 공립대학생 4,131명이 서울대, 부산대와 우리대학과 같은 국립대학 8곳에 기성회비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신청했다.

 이들은 11월 15일(월) 기자회견을 통해 "등록금의 82%를 차지하는 기성회비가 본래용도인 교육시설확충 등 벗어나 교직원들의 급여보조에 불법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하며 대학 기성회비 징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대학의 기성회비 불법사용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건으로 전 서울대 총장이었던 정운찬씨가 본인을 위한 공관의 전세금을 서울대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에서 충당한 적이 있어 충격을 준 적이 있다.

 또한 이 기성회비의 금액부담이 크다. 민주당 김춘직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 공립대학의 등록금 중 수업료는 100만 원도 채 되지 않고, 2006년에서 2010년까지 지난 4년간 10% 증가했다. 

 그러나 기성회비는 2006년에는 500만 원에 육박하는 학교도 있고, 4년 동안 대부분 30% 이상 인상되었다.

 국립대는 등록금이 저렴하다는 인식을 무너뜨리는 자료다.
 
 이렇듯 과거부터 지나치게 비싼 등록금, 그리고 불투명한 사용내역 등으로 기성회비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대학생들이 많았지만, 이번처럼 대학생들이 직접 대규모 소송을 진행한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8개의 대학에 총 2조 438억 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돈이면 전국의 대학생이 입학하고 졸업할 때까지 한 푼도 수업료를 내지 않고 다니고도 남는다.

 등록금이라는 족쇄를 풀다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흔히 ‘부모 등골을 빼먹는다’라고 비꼬기도 한다.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가정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들어서 등골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우리대학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 대출을 받는 학생도 있다. 아직 사회생활도 시작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빚이라는 멍에를 지우는 것이다. 미래
를 향해 자유롭게 날아야 할 대학생들이 20대가 되는 순간부터 돈 때문에 허덕거리고 있다. 

 그나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으면 다행이고, 용돈이 아니라 등록금을 위해 밤새워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렇다고 교육에 만족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전국등록금대책네트워크가 52개의 대학을 조사한 결과 82.6%의 학생들이 교육수준과 소득에 비해 등록금이 매우 비싸다는 응
답을 보내왔다. 이 등록금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기성회비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성회비가 불투명하게 사용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대학생들이 밝힌 것처럼 교직원에게 지급할 임금을 기성회비에서 무단으로 사용한 것처럼 기성회비의 오용은 학생들을 기만한 행위다.

 이런 기성회비는 한대련이 선언했듯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납부하는 것'이니 학생들에게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성회비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정말로 필요한 자금을 어디선가 뚝 떨어지는 돈으로만 해결한다면 학교는 자율성을 상실하게 된다.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하는 학교는 결국 돈 벌어들이는 건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기성회비는 교육시설의 투자와 더 나은 교육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 등장했다. 기성회비를 학생들이 내었으므로 그 주인은 당연히 학교가 아니라 학생이다. 학생이 주인 노릇을 하는 학교를 
 
 만들려면 먼저 학생들이 부담한 금액을 전부 올바른 곳에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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