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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는 풍족하나 김치는 귀한나라식량전쟁 발발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무얼 하고 있는가


 약간 썰렁한 농담으로 기사를 시작하겠다. 김치가 너무 비싸져 '금치' 라고 불릴 지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금치를 사 먹는 사람을 뭐라고 부를까? 정답은 '금치산자'다.

 요즘 들어서 이 얘기를 마냥 농담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최근 들어서 다시 한 번 배추 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포기 당 15,000원이나 하는 배추 때문에 무나 대파와 같은 다른 채소들의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 깍두기나 다른 김치를 만들 수 있는 채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서다.

 한때 기생충 알이 발견되어 국내에서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중국산 김치도 날개 돋친 듯 팔려, 이마저도 찾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국내산 배추김치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호남지역에서 생산     된 배추가 출하하여 최대 15,000원까지 올랐던 배추가격이 그 기세가 꺾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가격 역시 예년에 비하면 3배가량 비싼 가격이다.

 이렇듯 채소들이 너무나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자 일반 가정집은 물론이고 관련 식품업자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배추 값을 올린 사람은 허생인가, 비인가?

 채소들이 이렇게 비싸지고 있지만, 정작 뚜렷한 원인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싸야 3,000원이면 살 수 있었던 배추가 5배나 비싸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대형 마트와 같은 큰 손들이 배추가 출하하기 전에 대규모로 사재기했기 때문에 이번 폭등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현대판 '허생전'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배추는 크기가 크고 부패할 수 있어 보관하기가 어렵다. 또한, 경기, 강원도 저장고 66곳을 10월 7일(목) 조사한 결과 사재기에 대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사람들이 꼽는 원인은 바로 이상기후다. 정말로 올해 여름은 날씨가 변덕스러웠다. 폭염은 9월에도 그치지 않았고, 태풍 곤파스가 기습적으로 수해를 일으켰다. 이런 재해는 도시뿐만 아니라 농작물에도 피해를 줬고, 대표적으로 배추가 농사를 망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기후만으로는 물가가 5배 가까이 오를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유통구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성윤환 의원은 10월 4일(월) 있었던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포기당 1,000원에서 1,500원 정도 선에서 생산자들이 팔았던 배추들이 유통업자들이 마진을 남기는 과정에서 15,000원까지 불어났다”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올해 배추 생산량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 양은 작년의 10% 정도로, 물가가 이렇게 오를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밭떼기 식 계약도 문제가 있다. 농작물이 엄청나게 폭등하고 있지만 정작 농민들이 얻는 이득은 별로 없다. 농민들은 '한 평당 얼마' 하는 식으로 이미 유통업자들과 계약을 해 놓은 
 
 상태라 아무리 많은 양을 경작해도 그 이윤은 중간상인들에게 돌아간다.

 농민들의 처지에서 보면 작년에 배추가격이 너무 낮아 한 포기씩 직거래로 팔아도 이문이 남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량으로 매입하겠다는 중간상인들의 제안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근시안적인 농업정책을 바꿔야 한다.

 최근 중국과 일본이 희토류라는 금속자원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그런데 두 나라 간 갈등이 지하자원은 물론이고 곡물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대량의 곡물을 수입하고, 일본은 식량수입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제는 총알이 아닌 식량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근래 있었던 이상기후와 몇몇 나라 간의 갈등이 서로 맞물려, 모든 나라가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 없는 사람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식량을 소비해야 한다. 늘 풍족할 것만 같았던 먹거리가 갑자기 열 배, 스무 배 이상 폭등한다면 어떻겠는가? 돈을 주
 
 고 사 먹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혼란을 일으킬 것이고, 사회의 기본질서가 무너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것은 이집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집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밀을 수
 
 입한다. 밀 값이 오를 때마다 무료 배급소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고 폭동이 일어난다. 이런 일이 10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지만 그때마다 이집트 정부는 무력하게 상황을 지켜볼 뿐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본격적으로 농업인을 후원하는데 투자하지 않고 있다. 시설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농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나마 남은 농민들은 밭떼기 거래로 버텨야 한다. 이번에는 배추 값이 올라갔지만 다음엔 쌀이 폭등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 그때는 빵을 사 먹어야 하나?

 농업인들은 풍년이 오든 흉년이 오든 돌아오는 수익은 항상 적고, 도매업자만 배를 불리는 유통구조를 고쳐야 한다. 그리고 농업시설을 구입했다 빚에 허덕이는 농민은 없도록 지켜줘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농업을 무시하는 사회로 남는다면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식량을 수입하며 한 해, 한 해 버텨나가야 할 지 모른다. 매번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을 치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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