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은 사랑이 감정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열정적이게 사람의 가슴속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그러나 신경계 학자들은 사랑이 뇌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을 유발하는 감정은 대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의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을 관장하는 호르몬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곤란해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정확히 측정하기도 어렵고, 단순히 하나의 호르몬이나 화학물질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은 물질이 상호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페로몬에 대해 알아보자. 페로몬은 동물, 특히 곤충들이 상대를 유혹하거나 통신을 위해 분비하는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이름이다. 인간의 침, 땀, 오줌에 들어있는 안드로스테론이라는 물질은 호르몬으로 분류되며, 인간의 페로몬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이 냄새가 사랑의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고, 성적 유혹까지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냄새를 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후각은 많이 퇴화한 상태로, 향수를 뿌려 상대를 유혹할 수는 있어도 몸의 고유한 페로몬으로는 유혹할 수 없다는 게 학계 대부분의 의견이다.

성호르몬-이끌리다

맨 처음 누군가에게 이끌리게 하는 것은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으로, 남성이 남자답게 보이도록 근육을 발달시킨다. 이외에도 이 집중력, 기억력, 판단력 등의 인식기능에 관여하기도 한다. 에스트로겐은 여성호르몬으로 여자의 육체를 아름답게 만든다. 또한 생리주기 조절, 신진대사 촉진 등 다양한 생리작용에 관여한다.

이끌리는 단계에 성호르몬이 작용하는 이유는 인간이 가족을 이루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해야할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과 성적 욕망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지만, 호르몬에서는 매우 비슷하다. 과학적으로 우리는 자손 번식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은 꼭 정상적인 생식 기능이 가능해야 하고, 그것은 성호르몬의 작용으로 겉으로 나타나며, 우리가 남자다운, 여자다운 사람에게 끌리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모노아민계 – 빠져들다

사랑으로 이끌린 후엔 상대에게 빠져들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자꾸만 사랑하는 상대가 생각나고,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진다. 또한 상대 앞에서 말을 더듬거나 자꾸 가슴이 두근거리곤 한다. 이때에는 성호르몬이 아닌 다른 화합물의 생성이 일어난다. 이 화합물 군을 모노아민계라고 칭하며,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이 속해있다.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은 사람을 흥분시키며, 도파민은 행복을 느끼게 한다. 이것들은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로서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랑의 화합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뭐든 과하면 문제라는 말처럼, 이것들의 생산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낭만적인 사랑에 해를 줄 수 있다. 세로토닌의 생산은 적당해야만 사랑에 안정적이며, 성적 욕구를 촉진하는 최음제 또한 흥분을 유발하기 위해 화합물의 생성을 억제한다.

바소프레신 - 애착하다

이끌리고, 빠져드는 단계를 지나면 단순히 상대에 대한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닌 함께한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이 작용한다.

바소프레신은 ‘일부일처제 화합물’이라는 별명이 있다. 포유동물의 약 3%만이 일부일처제성이며, 인간은 그에 속하지 않는다. 동물실험에서 잘 알려진 성욕촉진 신경계인 바소프레신은 수컷의 성적 행위를 촉진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사회적 행위에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이다. 철저한 일부일처제인 들쥐는 짝짓기 후에 뇌에서 바소프레신이 많이 발견된다. 또한 들쥐에게 바소프레신 수용체 억제제를 투여하면 일부다처제가 되는 현상도 관찰됐다. 그래서 바소프레신은 짝 결합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믿는다.

이외에 옥시토신도 연인들 사이의 애착을 강화한다. 성적 쾌감을 느낄 때 남녀 관계없이 혈장에 옥시토신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여성에게는 출산 시 자궁의 수축과 모유 수유를 도와주며 모성애를 발현하도록 한다.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은 같은 장소에서 만들어지며 화학구조도 9개의 아미노산 중 7개가 같을 만큼 비슷하다. 덩달아 기능도 비슷하기 때문에 이들이 사랑의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신비로운 화학의 세계

우리는 이와 같은 화학물질의 작용으로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사랑은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며, 사람의 감정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사랑의 대표적인 세 단계에서 완전히 다른 화학물질들이 작용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 말은 우리의 심리 상태가 우리 몸속의 화합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에 대한 생리학적 연구는 초보 수준이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 호르몬을 조절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은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구연진 기자 dus951623@ch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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