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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아닌가봐요!O형과 O형 사이에서 나온 A형

어느 평범한 가정의 O형인 아내, O형인 남편 사이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믿을 수 없게도 아이의 혈액형은 A형이었다. 아이의 부모는 서로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가 크면 클수록 아이의 얼굴은 부모와 너무나 닮아있었고, 결국 부모는 유전자검사까지 의뢰하게 된다. 이 가정에서는 어떻게 A형인 아이가 나온 걸까? 유전법칙과 다르게 이런 경우가 나올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O형과 O형 사이에서는 아주 드물게 A나 B, 심지어 AB형까지 나올 수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는 중학생 때의 혈액형 지식으론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 더 파고들어가 봐야 한다. 먼저 중학생 시절 배운 혈액형 지식부터, 배운지 너무 오래되서 기억나지 않더라도 찬찬히 글을 읽으며 한번 떠올려보자.

 

우리는 ‘유전’을 잠깐 되새겨 보아야 한다. ‘유전자형’과 ‘표현형’이란 단어가 기억나는가? ABO 혈액형에서 A, B, AB, O형 혈액형은 검사결과 나타나는 혈액형이므로 ‘표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혈액형은 혈액 속의 적혈구 표면에 A, B항원이 있는지와, 혈액 속에 어떤 항체를 가지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이해하기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자. 항원은 어떤 물질이 체내에 침입한 경우, 체내 물질들과 잘 융화되지 않고 특이적인 반응을 보이는 물질이다. 또한 항체는 항원에 대응하는 체내 보호 물질이라고 보면 된다.

O형은 모든 혈액형, A는 A형과 AB형, B는 B형과 AB형, AB형은 AB형에게 수혈 할 수 있다. 이 조합 외에 피가 섞이게 되면 항원으로 인해 피가 엉겨붙어버린다. 이것을 적용해보면 A형은 A항원만, B형은 B항원만 갖고 있으며, 둘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 AB형, 모두 없는 경우는 O형이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O형 부모 사이에서도 다양한 혈액형의 자녀가 태어날 수 있는 경우는 한쪽이나 양쪽 부모의 혈액형이 ‘봄베이(Bombay) O형'인 경우다.

봄베이 O형은 처음 발견된 인도의 봄베이 지역을 따서 이름을 붙였다. 이 혈액형은 A, B항원이 모두 없는 특이한 혈액형이고, 인도쪽외에는 거의 없는, 가장 드문 혈액형 중 하나이다.

대체 봄베이 O형은 무슨 특이점은 가지고 있길래 이런 과학적 예외 현상을 빚어내는 것일까? 봄베이 O형은 분명히 A 또는 B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적혈구에 A형 또는 B형의 ‘항원’이 없는 경우에 일어난다. 그래서 봄베이 O형은 어떤 혈액형과도 엉기지 않는다. 따라서 유전자형은 A 또는 B형이지만, 혈액형 검사를 하면 나타나게 되는 표현형은 O형이 되는 것이다. 이 말인 즉슨, ‘가짜’ O형이라는 소리다.

이렇듯 봄베이 O형이 정상적인 혈액형을 가진 사람과 만나 자식을 낳게 되면, 가짜 표현형인 O형 뒤에 숨겨진 원래의 혈액형이 배우자의 혈액형과 만나 다양한 혈액형의 자녀가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위에 나온 부모의 예가 바로 이 '봄베이 O형' 때문에 일어난 사례다. 한쪽이 봄베이 O형이었던 것이다.

정말 드물게 부모가 A, B형인데 봄베이 O형일 경우, 자녀가 AB형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여러 희귀혈액형이 있다. ‘cis-AB형’이라는 혈액형은 AB형인 사람의 A와 B 유전자가 모두 하나의 염색체 안에 들어 있는 비정형 AB형이다. O형과 결혼해 아이를 낳더라도 AB형 또는 O형이 나타난다. ‘cis’란 말 자체가 같은 쪽에 있다는 뜻이다.

혈액형 규칙 상으로는 AB형인 사람은 하나의 염색체에 A 유전자를, 다른 하나의 염색체에 B 유전자를 갖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O형인 사람과 AB형인 사람이 결혼을 해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혈액형은 A형 또는 B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AB형과 O형이 결혼해 아이를 낳더라도, 아이의 혈액형이 A형이나 B형이 아니라 AB형 또는 O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바로 cis-AB형이다.

cis-AB 혈액형은 세계적으로 유독 한국인에게만 존재한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다른 나라에서 발견된 경우에도 대부분이 한국 교민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의 0.4%를 차지하는 ‘Rh형’은 ABO식 혈액형과는 별도로 Rh항원의 유무에 따라 구분하는 혈액형 판별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Rh항원이 있는 Rh+형이기 때문에 ABO 혈액형만 쓰고 Rh+를 생략하고 표기한다. Rh-형은 혈액형을 ‘A, Rh-’라는 식으로 표기하고, 드문 혈액형인 만큼 봉사회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우리가 혈액형이 왜 존재하는지 알고 있는 바는 ‘긴급 상황 시 수혈을 위해 나눠 놓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혈액형을 알아가다 보면, 더욱 근본적인 것을 떠올리게 된다. 왜 혈액형은 나뉘게 됐을까?

최근의 연구에는 면역과 관련됐다는 얘기도 있다. 각 혈액형마다 내성이 강한 질병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질병이 유행할 시 그에 강한 혈액형이 잘 살아남을 수 있고, 약한 혈액형은 줄어들면서 전염의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 그 연구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연구 결과가 아니다. 과학이 많이 발전한 지금까지도 혈액형이 나뉘게 된 이유에 대해 알 수 없다. 1901년부터 혈액형이 규명돼 수혈이 가능하게 됐지만, 수혈을 할 때마다 혈액형을 구별해야 하는 것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오늘날 과학의 발전 덕분에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혈액형 뿐만아니라 과학의 세계는 아직까지도 무궁무진하다. 앞으로도 계속 과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야 우리의 삶이 더욱 윤택해질 수 있을 것이다. 구연진 기자 dus95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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