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서울역 앞에서

전성현

예수천국 불신지옥 목에 건

거리의 구도자에 시선 놓은 사이

공연히 쭈뼛거리던 사내 운을 뗀다

군인 아저씨 담배 하나 줘요 불도요

아아, 고마워요 고마워요

각모도 안 잡힌 한 줄짜리 풋내기의

한 움큼 동정에 조아리는 사내

살아온 동안 고개 숙인 구부정 인박힌 등판

볕에 마른 땟물 반점처럼 박힌 얼굴엔

대왕이 시샘한 견유도 아무개의 생기도 없는 걸

제 몸 가눌 밥그릇마저 깨진 인생을

보듬어줄 땅은 먹여줄 젖은 없는 걸

무심한 햇살만 가련한 이 젖은 눈물샘 가냘피 말리네.

②

설거지

어머니 마디진 손이 미워

앞치마 매고 싱크대 앞에 섰습니다

숟가락 밥그릇 냄비 컵 칼

당신을 옥죄던 세월을 하나하나 씻어냅니다

스테인리스 유리 나무 쇠

모질고 사나운 숨 없는 예리함을

보드라이 매만졌던 당신

나날이 부엌을 작은 어깨로 채운

당신, 

봅니다. 

③

자전거 도둑

아빠 졸라도 못 얻은 자전거

사물함 따야해 절단기 빌렸다

어스름밤 교복차림 친구는 싱글벙글

그해 겨울 고추바람 인정 없어서

백정 놈들 빼곤 짓눌린 발걸음에 히죽히죽 

자전거 심줄 푸드덕푸드덕 잘라먹었다

얼씨구나, 드르륵드르륵 페달 밟고

콧속 파고드는 총알바람 들이켰다

며칠 지났나 하교 길 누르락붉으락 아저씨

어린노무새끼 도둑노무새끼, 새파랗게 질린 너와 나

파출소도 아니고 경찰서에서

절도도 아니고 특수절도 주범이 된 나

별 달았다 이놈아, 경찰아저씨 핀잔에

시정장치(施錠裝置) 손괴(損壞)한 주모자의 변(辯),

이제 어떡해요 중학교 3학년인데 봐주세요…

학교 못 간 날 철창 살던 날

겹겹이 모포 얹어도 못 자겠더라

쇠창살 건네준 밥 따뜻하더라 

밥이 힘이다, 목메는 날 두고 오래 살던 형 말하더라.

해가 트고 피아노건반 따다단 찍고 나오는 길

간밤에 엄마 터럭 십년 지난 듯 말랐다

종지도 없이 두부 우걱우걱 삼키고

아빠 손잡고 자전거 사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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