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다. 시계의 딸깍거리는 소리가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마감보다 빠르니까. 왼손으로 Alt+s(한글 저장)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신문사 클럽게시판에 파일첨부를 누른다. 네이트온에서 알림음이 들려온다.
김부장 : 다 썼나?
나 : 네. 다 썼어요.
위의 이야기는 타짜의 명대사에서 따왔다. 신문사에 올 4월경에 들어와서 2주마다 타짜를 찍는다. 마감이 뭐 그리 중요하냐 하겠지만 마감 안 지키면 신문사에 벌금5천원이 거둬진다. 당연히 마감에 신경이 쓰인다. 타짜의 도박이 그렇듯 마감도 매순간 순간마다 피를 말린다.
마감이 끝나면 그 때마다 ‘미리 써 야지.’하면서도 또 다시 1주일을 기자실의 박 부장과 함께 문명5로 보낸다. 문명5,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한 방향 타임머신으로 통하는 게임이다. 물론 미래로만.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마감이 다가온다. 또 다시 싸늘하다. 타짜2를 찍는다.  그렇게 신문사의 기자로서 생활하다보면 마감과 게임을 반복하는 생활을 계속한다. 마감시간에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굴뚝같다. ‘내가 안 쓰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부터 ‘누가 말했던가? 포기하면 편하다고’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하나다.
독자가 보기 때문이다. 언제 적 기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내가 쓴 기사 때문에 나에게 연락이 왔다. ‘재학생 EBS무료강의’의 기사로 1단 기사였는데 아주 작은 기사로 나갔다. 지면상의 문제로 작게 나갈 수밖에 없었지만 내용의 부족으로 신문사로 연락이 온 것이다.
이때는 마감보다 더 떨린다. ‘내가 잘못 적었나?’, ‘그래도 보는 사람이 있구나!’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이 밖에 ‘전학대회’에 관련된 나의 기사를 보고 기자실로 직접 찾아온 독자도 있었다. 전학대회의 과정 중 재정 감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사를 쓰지 못해 그런 것이다. 그런 독자들을 보고서 어떻게 기자로 들어온 내가 열심히 안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또 내가 나의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를 들자면 재미있기 때문이다. 분명 싸늘하고 촉박하고 긴장되지만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기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도박과 같은 매력이 있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기자를 하려고 한다면 한번 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신문사에서 생긴 일을 쓰면서 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다. 앞으로 써야할 기사보다도, 나의 기사가 잘못된 것을 보고 올 독자보다도, 문명 5가 생각난다. 나도 사람이다. 마감 끝나면 해야겠다. 타짜를 또 찍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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